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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27일] 연금, 밑빠진 독 안되려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27일 국민연금의 재직자노령연금 제도를 고쳐 오는 2011년 후반기부터 60대 전반의 고소득 취업자(월 취업소득 275만원 초과) 2만여명에게 더 많은 연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소득이 아닌 연령에 따라 연금액이 일률적으로 차등감액되는 불합리를 개선하고 이들의 취업의욕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안은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2060년에 기금 거의 소진 우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연금기금 소진이 앞당겨지고 60대 전반 연금수급자(94만명) 간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는 반면 60대 전반 계층의 근로의욕 제고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의 연령별 차등감액을 소득구간별 차등감액으로 바꾸는 것은 합리적 조치로 판단되지만 차등감액률을 10%(275만~375만원), 20%(375만~475만원), 30%(475만원 초과)의 3단계로 하면 고소득 취업자 대부분의 연금 수급액이 늘어나 평균 26만원의 노령연금을 지급받는 대다수 수급자들과 소득격차가 확대된다. 주지하듯 국민연금은 2044년께 한해 재정수지가 적자로 바뀌고 2060년 무렵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재정불안정이 걱정돼 지난 2007년 7월, 국회에서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33% 깎은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가능한 한 적립금을 늘려 국민들에게 제도에 대한 안심감을 불어넣어 줘야 할 즈음에 수급자 중 가장 여유 있는 의사, 약사, 세무사, 주요 기업 임직원 등 고소득 취업자에게 1인당 20만~30만원의 연금을 더 얹어주겠다니 이게 가당한 얘기인가. 추가 지급대상은 60대 전반의 수급자 중 가장 여유 있는 상위 2% 계층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내년에 775억원, 2012년에 915억원을 더 주겠다고 한다. 추가 지출액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늘어 조만간 수천억원대로 불어나 연금재정에 큰 주름살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매년 20만명씩 늘어 올해에는 노인인구가 536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노후소득보장에 골고루 신경을 써야 할 복지부가 소수의 고소득 취업자 소득보장에 매달리는 것은 본분을 망각해도 한참 망각한 행태다. 재직자노령연금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은 소득별 차등방식으로 전환하되 감액률을 10~50%(3단계 혹은 5단계)로 확대하거나 일정 기준소득(가령 275만원) 초과소득의 일정비율(1/3~1/2)을 연금급여에서 감액(미국ㆍ일본 등의 방식)하는 것이다. 그래야 숫자가 많은 60대 초반과 중간소득자의 수급액이 늘고 고소득자의 수급액이 줄면서 재정지출도 중립에 가까운 상황을 유지할 수 있다. 소득별 차등·감액률 확대 필요 국민연금은 여전히 장기재정이 불안한 상황이다. 지금이야 3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이 적립돼 국민연금공단이 여유를 부릴 수도 있는 형국이지만 거대 적립기금도 34년이 경과하면 차츰 줄어들 것이 빤히 예견되고 있다. 이번 재직자노령연금 개편안처럼 재정지출 규율이 느슨한 조치가 도입되면 34년 이전이라도 기금이 줄어들 수 있다. 복지부는 재정안정을 기해 가입자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퇴직한 홑벌이 부부(평균소득자)가 국민연금으로 노후생활비의 절반 정도를 충당할 수 방안을 강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에 발표된 재직자노령연금 개편안은 이 같은 시대적 그리고 당위적인 요구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재고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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