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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 '이제 내 상대는 당신이 아닙니다'

9일 PGA 마스터스 개막…<br>커리어 그랜드슬램 노리는 매킬로이, 신예 스피스·리드 꺾고 '차세대 황제' 수식어 떼나


오거스타 왼손 골퍼에 유리… 왓슨·미컬슨도 우승후보에
우즈는 티샷 등 여전히 불안… 컷 통과 여부가 더 큰 관심
스폰서 의무감에 출전한 듯


타이거 우즈(40·미국)와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 사람들은 둘에게 각각 '골프황제'와 '차세대 황제'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열네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는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팬들은 바랐다.

9일 밤(이하 한국시간)부터 '메이저 중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총 상금 900만달러)가 언제나처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435야드)에서 열린다. 올해로 79회째. 마스터스는 풋볼로 치면 슈퍼볼, 야구로는 월드시리즈, 테니스로는 윔블던에 비견된다. 시즌 첫 메이저부터 우즈와 매킬로이가 우승 경쟁을 벌이면 좋겠지만 그럴 확률은 낮다. 지난 2009년 말 섹스 스캔들 이후 내리막인 우즈는 최근 들어 그 기울기가 더 급해졌다. 우즈와 매킬로이는 서로 다른 상대와 싸운다. 옛 골프 황제는 '우즈 시대는 끝났다'는 회의론에 맞선다.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마스터스 그린재킷만 남긴 차세대 황제는 자신보다 어린 '영건'들의 패기와 경쟁한다. 이기면 '차세대' 수식어를 확실히 뗄 수 있다.

◇스피스·리드와 왼손 강자들=세계 1위 매킬로이가 유럽의 자존심이라면 조던 스피스(22)는 미국의 희망이다. 최근 3개 대회 성적이 우승-준우승-준우승이다. 6일 셸 휴스턴 오픈에서도 연장전 벙커 샷 때 갤러리 방해만 아니었다면 우승했을 수도 있었다. '우즈 후계자'로 불리는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 데뷔전에서 '깜짝' 준우승한 경험도 있다. 미국에는 겁없는 신예가 또 있다. 이제 스물다섯인데 벌써 PGA 투어 4승을 올린 패트릭 리드다. 오거스타주립대 출신이라 마스터스와 더 각별하다. 첫 출전인 지난해에는 컷오프. 올해 개막을 벼르는 이유다. 2015년 PGA 투어 첫 대회 우승과 지난달 준우승 등으로 자신감이 쌓였다.

오거스타는 왼손 골퍼에게 유리한 코스로 알려져 있다. 18개 홀 중 6개가 왼쪽으로 굽어 있다. 왼손 골퍼가 페이드 구질을 구사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게 치면 코스 공략이 훨씬 쉽다. 실제로 최근 12년간 왼손 골퍼 우승이 여섯 차례에 이른다. '왼손 장타자' 버바 왓슨(37·미국)은 PGA 투어 7승 중 2승(2012·2014년)을 마스터스에서 챙겼다. PGA 투어 홈페이지가 뽑은 우승 후보 1위도 왓슨이다. 악명높은 '아멘 코너(11~13번홀)'에서 지난해 나흘간 버디만 4개를 잡았을 정도니 오거스타에서만큼은 황제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다.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으로 골프를 하는 필 미컬슨(45·미국)은 마스터스 3승을 자랑한다. 올해 톱10 진입이 없을 정도로 부진하지만 이번주는 당당히 우승 후보다.



변수는 날씨다. 대회 기간 강한 비가 예보되고 있다. 영국 언론은 "매킬로이에게 비는 나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일간지 미러는 7일 "매킬로이의 메이저 4승은 모두 비를 머금은 코스에서 나왔다. 오거스타의 그린이 부드러워지면 매킬로이에게 유리하다"고 보도했다. 매킬로이의 마스터스 최고 성적은 지난해의 공동 8위다.

◇스폰서에 등 떠밀린 우즈?=가장 골치였던 칩샷이 제법 안정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세계 111위 우즈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컷 통과 여부가 더 관심이다. 미국 블리처리포트는 "우즈의 마스터스 출전은 스폰서의 영향도 크다"고 했다. 성 추문 이후 스폰서 상당수가 떨어져 나갔지만 나이키·롤렉스 등은 여전히 우즈를 후원한다. 통증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스폰서에 대한 의무감에 출전을 강행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대회 조직위는 2년 만에 돌아온 우즈가 반갑기만 하다. 마스터스는 우즈의 참가와 불참, 활약과 부진에 따라 시청률이 요동친다. 불참했던 지난해는 시청률이 반 토막 났다. 반대로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했던 1997년 대회 최종 라운드는 시청률 14.1%를 찍었다. 아직도 깨지지 않은 골프대회 사상 최고 기록이다. 조직위가 이번 대회 수입으로 예년보다 많은 1억1,500만달러(약 1,250억원)를 예상하는 것도 우즈의 참가와 무관하지 않다. 나흘간 관전할 수 있는 배지를 325달러(약 35만원)에 파는 조직위는 매점 수입과 기념품 판매로만 5,525만달러(약 601억원)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우즈는 마스터스에 강했다. 마지막 우승인 2005년 이후로도 8년 동안 공동 6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2012년 공동 40위가 최악. 이번주가 재기의 전환점일 수도 있다.

한편 한국인은 지난해 PGA 투어 우승이 있는 배상문(29), 노승열(24·나이키골프)에 US 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자 양건(21)까지 3명이 출전한다. 역대 아시아인 최고 성적은 3위. 2004년 최경주(45·SK텔레콤)가 기록했지만 올해는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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