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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0월22일] 칼슨 & 복사기


1938년 10월22일, 오리건주 소도시 아스토리아. 허름한 창고 2층에서 체스터 칼슨(Chester Carlsonㆍ당시 32세)이 두장의 종이를 보고 또 봤다. 새겨진 문자는 ‘10-22-38 Astoria’. 원본과 복사지가 똑같았다. 건식 복사 원리가 발명된 순간이다. 칼슨은 조수를 껴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대공황 속에서 어렵게 얻은 직장, 야간대학을 다니며 특허 변호사 자격을 땄어도 거듭 해고 당한 후 매진한 6년간의 연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돈방석에 올라 장모의 빚을 갚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무소득. GM과 IBMㆍRCAㆍ코닥 등 대기업들은 눈길도 안 줬다. 자금이 떨어지고 아내마저 이혼을 요구하던 1944년 비영리 연구단체에서 관심을 가지며 실마리가 풀렸다. 이듬해 소규모 인화지 제조업체인 할로이드사가 합류한 지 4년여 후인 1948년 10월22일, 시제품이 나왔다. 첫 발견으로부터 정확히 10년 만이었지만 이번에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냉소를 보냈다. 할로이드사는 복사기에 승부를 걸기로 작정하고 사명을 라틴어 ‘말려서 쓴다’에서 따온 신조어 ‘제록스’로 변경한 뒤 1959년 ‘제록스 914’를 내놨다. 분당 7장의 복사 속도, 대당 2만5,000달러라는 가격에도 결과는 대박. 돈방석에 오른 제록스의 주가는 10년간 66배나 뛰었다. 칼슨을 수차례 무시했던 IBM의 결정은 경영 역사상 최대의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억만장자가 된 칼슨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다 심장마비로 사망(1968년ㆍ62세)한 지 39년. 사무기기 혁명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복사기와 프린터가 결합한 복합기의 발전 속도는 눈부실 정도다. 칼슨의 복사기에 대한 포브스지의 평가 한 대목. ‘구텐베르크 인쇄기 이후 최고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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