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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폐업] 첫날 의료대란 현실로
입력2000-06-20 00:00:00
수정
2000.06.20 00:00:00
한영일 기자
[집단폐업] 첫날 의료대란 현실로복막염 70대 노인3곳 전전하다 숨져
의사들이 집단폐업에 들어간 20일 전국의 종합병원은 폐업사실이 알려진 탓인지 접수창구마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나 각 구 보건소에는 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국·공립 병원의 전공의들이 폐업에 동참해 비상진료 체제에 차질이 빚어졌으며 대구에서는 복막염에 걸린 70대 노인이 병원 3곳을 전전하다 끝내 숨지는 등 응급진료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대한적십자사에서 운영하는 1339 응급환자정보센터는 이날 하루종일 걸려오는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이 때문에 60회선이 마련된 1339로 전화를 건 국민들은 접수요원과 통화하려고 해도 연결이 잘 되지 않아 분통을 터뜨리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학 및 종합병원=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부산대병원 등 전국의 주요 대학 및 종합병원들은 이날 폐업사실이 충분히 알려진 탓인지 접수창구마다 대체로 한산했다.
그러나 각 병원들은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대부분 폐업에 참가해 병원을 빠져나가 진료인력이 모자라 진료공백이 빚어졌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체 의료진 1,100여명 중 전공의 700명과 전임의 150명이 파업에 들어가 평소 인력의 4분의1도 안되는 교수진 250여명만이 진료를 전담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외래진료의 경우 과에 따라 1명씩 두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단 거부하기로 했으나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병원 전문의들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소속 의사들은 정상 진료를 하기로 결정해 정상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서울병원·서울중앙병원·강남성모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일부 예약환자를 제외한 초·재진 등 모든 진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 응급실만 소수인력으로 가동중이다.
◇국·공립병원 비상진료차질=국립의료원은 전면 폐업에 돌입하지는 않았지만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150여명이 폐업에 동참해 의료인력이 평소 30%에 불과한데다 환자가 평소보다 2~3배 가량 늘어 비상진료체제에 차질을 빚고있다.
이 병원 황정연(48) 응급의학과장은 『응급실에 공중보건의 10명을 긴급투입했 전문의 75명 전원을 비상대기하도록 했지만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만큼 파업이 길어지면 진료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보훈병원도 국가유공자 및 가족들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진료하고 있으나 일반환자들에 대해서는 진료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7시께 전공의 115명이 모두 빠져나가 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병원도 전공의 110명이 폐업에 참가해 과장급들이 진료를 맡고 있으며 경찰병원도 정상진료는 이뤄지고 있는 상태지만 전공의들이 폐업 참가 여부를 놓고 회의를 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다.
◇보건소=병·의원들의 집단폐업 여파로 시내 각 지역의 보건소에는 이날부터 24시간 비상진료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일부 환자들은 보건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강남구 보건소에는 이날 오전10시 현재 평소보다 2배 이상인 50여명의 환자들이 몰려 시장통을 방불케했으며 동대문구 보건소에도 내과의 경우 평소 하루 평균 200여명이 진료를 받았으나 이날은 오전부터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이날 하루 동안 400여명이 찾았다.
도봉구 보건소 약사 강성심(32·여)씨는 『동네 소아과가 문을 닫아서 소아과 환자들이 특히 많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구청에서는 보건소에 환자들이 몰려들자 민원업무를 돕기 위해 공익요원이나 직원을 파견해 지원하기도 했다.
◇동네의원=서울 용산구 갈월동 H의원, 청파동 H내과·소아과, D의원 등 용산구 일대 동네 의원 대부분은 이날 오전부터 문을 아예 닫아버린 채 진료를 하지 않았고 파업소식이 알려진 탓인지 찾는 환자들도 없었다.
서울 중구 중림동의 소아과 전문병원인 「소아아동병원」은 전문의와 전공의 25명 전원이 이날 오전6시부터 병원을 빠져 나갔고 전문의들도 진료를 하지 않아 원장·부원장 2명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응급실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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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6/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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