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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교통체증 원인 '네트워크 이론' 통해 분석

정하웅 KAIST 교수<br>공공-이윤추구시설 밀도<br>복잡계 이론 통한 분석등<br>흥미로운 주제로 큰 주목<br>강의·대중 강연서도 발군

정하웅(뒷줄 왼쪽) KAIST 물리학과 교수가 대학원생들과 함께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 분야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정하웅(43) KAIST 물리학과 교수의 전공은 통계물리학이다.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복잡계(Complex Systems) 네트워크 과학이다. 복잡계라는 대상을 네트워크 개념을 이용해 분석하는 분야다. 물리학뿐 아니라 생물학ㆍ사회학ㆍ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융ㆍ복합연구가 이뤄지는 이 분야에서 정 교수는 독창적인 연구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도로교통망에서 개별 운전자들의 합리적인 행동이 교통체증을 유발시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계산한다거나 공공시설과 이윤추구시설의 밀도를 복잡계 이론을 통해 분석, 사회적 시설이 어떤 위치에 분포해야 가장 효율적일 수 있는가를 밝혀내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주제도 매우 다양하고 또 흥미롭다. 미래 인터넷을 개발하는 연구라든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정 교수는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통계 물리학)은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너무 많다"면서 "특히 데이터 과학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 분야의 개척자=정 교수는 지난 2008년 도로교통망에서 운전자의 합리적인 행동들이 교통체증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논문을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피지컬 레뷰 레터스'에 발표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연구주제와 방법이 독창적인데다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경제 분야 잡지인 '이코노미스트'에도 소개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문은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려는 운전자들의 '합리적이지만 이기적인' 운전습관이 교통체증을 유발해 전체 교통망의 비효율을 일으킨다는 것이 내용이다. 가령 주말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잠실에 있는 놀이공원에 놀러 간다고 할 때 많은 운전자들은 올림픽대로를 이용하게 된다. 주말이어서 당연히 교통체증이 심하지만 운전자들은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는 것이 소요시간이 가장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덜한 우회도로를 이용하지 않는다. 정 교수는 미국 뉴욕과 보스턴의 교통 흐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 이 같은 사실을 증명했다. 관찰 결과 이들 도시 도로망의 비효율성은 최고 30%에 달했다. 정 교수는 "개별 운전자들의 합리적이지만 이기적인 행동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면서 "운전자들의 선택을 분산시킬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비용이 크게 절감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운전자에게 도로의 선택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도로를 만들 때부터 여러 가지를 고려해 잘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을 무시한 단순한 네트워크 디자인이 원래 의도를 벗어나 얼마나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 연구 결과는 도로교통망뿐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의 패킷, 사회 네트워크에서의 정보의 흐름, 바이오시스템에서의 플럭스 등 움직이고 있는 많은 종류의 네트워크에 적용시킬 경우 시스템에 내재된 비효율성을 찾아내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독창적인 주제, 흥미로운 연구방법=지난해 정 교수가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와 함께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도 흥미로운 주제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인구밀도와 시설밀도 간의 축적 법칙을 연구한 것으로 공공시설과 이윤추구시설의 분포 법칙이 다르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구분포와 시설분포는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지만 그 밀접함의 정도는 시설의 성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 정 교수는 미국 전역의 인구밀도와 각종 시설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식당이나 커피숍 등 이윤추구시설은 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반면 보건소ㆍ소방서 등 공공시설은 인구가 적은 곳에도 골고루 분포하는 특성을 밝혀냈다. 정 교수는 "이동 거리(시간)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경찰서나 소방서와 같은 공공시설을 방문 고객 수를 중시하는 이윤추구시설처럼 분포시켜 측정해본 결과 이용자들이 평소보다 1.5배의 거리와 시간을 더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공공시설의 위치선정에 실패할 경우 50%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역시 사회적 시설이 어떤 위치에 분포돼야 가장 효율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공공시설이나 사업시설의 입지선정에 활용될 뿐 아니라 기존의 각 시설들의 위치선정 효용성에 대한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연구와 강의, 대중강연에서도 발군=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정 교수는 미국 노트르담대 연구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8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으며 이 중 4편은 개별인용횟수가 1,000회가 넘는다. 연구실적도 우수하지만 강의에서도 발군이다. 2006년부터 3년 내리 KAIST 자연대 우수강의상을 받은 그는 지난해에는 우수강의 대상을 받았다. 특히 정 교수는 과학기술 앰배서더(홍보대사)로 임명돼 지금까지 90여 차례가 넘는 대중강연을 통해 물리학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다. 현재 정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미래 인터넷을 모델링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인터넷이 개발된 후 조금씩 개선되고 보완돼왔지만 최근 들어 보안문제가 발생하는 등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금 것을 약간 개선할지 아니면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완전히 새로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twitter) 등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누가 누구를 폴로(follow)하는가를 분석하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으로 연구할 수 있는 새롭고 흥미로운 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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