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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아름다운 도시 텔아비브를 뒤로 하고 남쪽으로 1시간가량 차를 달려 도착한 레호보트.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은 텔아비브를 미술과 음악, 자유분방한 문화가 살아 있는 중동의 샌프란시스코라면 레호보트를 이스라엘의 차가운 머리로 설명한다. 이스라엘의 차가운 머리 레호보트에는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개발(R&D)센터인 바이츠만이 자리잡고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을 헤집으며 지난 200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다 요나트(72) 교수를 만나기 위해 서둘렀다. 마리 퀴리(1911년), 그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1935년), 도러시 호지킨(1964년)에 이어 여성으로는 네 번째로 노벨화학상을 받으며 이스라엘의 퀴리 부인으로 불리는 요나트 교수. 하지만 그의 연구실은 16.5㎡(5평) 남짓한 규모에 이리저리 쌓인 책으로 인해 실험자료에 앉아 얘기를 나누기도 버거웠다. 노벨상 수상 비결이 뭐냐는 첫 질문에 그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호기심을 가지고 한 분야에 꾸준히 연구하고 즐기면 지원도 성과도 따라옵니다." 노벨상의 영예를 안겨준 리보솜(세포 내 단백질 복합체) 연구도 30년 전 세포의 일생이 궁금했던 그의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당시 주위 학자들은 요나트 교수를 '작은 보트를 타고 대양을 건너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리보솜 구조를 발견하며 인류는 병원균의 리보솜을 공격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요나트 교수는 "리보솜은 나의 호기심과 지원 연구비만큼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지 않는 바이츠만연구소 연구철학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무모한 도전에도 지원은 계속된다=요나트 교수가 성공한 데는 그의 능력과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 초기부터 부유한 유대인 가문인 키멜만의 후원과 바이츠만의 지원을 받으며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리보솜 연구를 20년 동안 돈 걱정 없이 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기초과학의 든든한 후원자인 바이츠만연구소.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자 과학자인 하임 바이츠만의 이름을 붙여 만든 바이츠만연구소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기초과학의 산실이다. 이스라엘 4대 대통령을 지낸 에프라임 카치르도 퇴임 이후 이곳에서 생화학 교수로 재직할 만큼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배출했다. 특히 이스라엘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의 50% 이상이 바이츠만연구소 출신이다. 10년 전 쥐의 빈 몸속에서 인간장기 배양에 성공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국립보건원이 바이츠만연구소와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 간염과 알츠하이머병 등 11개 과제에 2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하고 바이오ㆍ의학 분야 인력교류 및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베이터 그린맨 연구소 언론담당은 "과학자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지원을 해줌으로써 그들이 꿈을 현실로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게 바이츠만연구소의 독특한 연구철학"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과 상업화의 연계=바이츠만이 일찍부터 기술이전 사업화에 적극 나선 것도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성장한 또 다른 동력이다. 1959년 기술의 사업화를 전담하는 '예다(Yeda)'라는 독립회사를 설립하고 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을 산업계에서 상업화는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1971년 바이츠만연구소가 개발한 다발성 경화증 치료약인 코팍손(Copaxone)은 최근까지 3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다니엘 자이프만 바이즈만연구소 소장은 "단순히 기초연구를 수행하기보다 과학 실용화에 앞장서고자 연구소 설립 초기 재직 중인 교수들이 직접 창업하는 기술이전 사업화 시스템을 도입한 게 오늘날 바이츠만연구소가 성장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산학연의 총본산=연구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라빈과학단지에는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모여 있다. 중동의 실리콘밸리로 불리 정도로 벤처기업 창업이 활발하다. 1996년 186개로 시작, 매년 80개 업체가 생기며 2009년에는 1,0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이스라엘 실용과학 대표주자인 테크니온공대와의 협력 시스템도 자랑거리다. 테크니온공대의 응용기술과 바이츠만의 기초과학 중심 연구가 융합되며 첨단 바이오테크를 개발, 상업화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때문에 테크니온공대가 위치한 마탐과학단지에는 세계 유수 기업들이 몰려들어 IBM과 인텔ㆍ모토로라 등 세계적 기업들의 R&D센터가 입주해 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대학 교수와 바이오 기업을 연결해주는 '마그넷'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바이오벤처의 창업 활성화를 도와주고 있다. 한ㆍ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의 이스라엘 현지사무소 이원재 과장은 "각 부처의 수석과학실은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초기 단계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해 자금지원과 세금우대, 유통채널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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