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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9월5일] <1493> 수염세


‘수염을 잘라라’. 야심에 찬 25세의 러시아 차르(황제) 표트르 1세가 1698년 9월5일자로 귀족들에게 내린 명령이다. 차르는 왜 오래된 풍습이며 러시아 정교회가 중하게 여기는 수염을 깎으라고 다그쳤을까. 서구화 정책 때문이다. 낙후된 러시아를 유럽 강대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18개월 동안 각국의 선진문물을 흡수하고 돌아온 표트르 1세는 ‘유럽 강대국 어디에서도 턱수염을 길게 늘어뜨리지 않는다’며 ‘후진의 상징인 수염부터 자르라’고 닦달했다. 귀족층은 물론 교회까지 반발하고 나서자 궁정 이발사를 동원해 반강제로 귀족들의 턱수염을 잘랐다. 수염을 자르기 싫어 관직을 내놓거나 궁정 출입을 삼가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세금’이라는 경제적 압박 수단을 꺼냈다. 수염을 기르려면 100루블씩의 수염세를 해마다 내야 하며 수염을 깎지 않을 경우 공직 추방과 특별통행세 징수라는 불이익을 안겼다. 1705년에는 턱수염 금지령을 전국ㆍ전계층으로 확산시켰다. 각각 100루블(대귀족ㆍ상공업자), 60루블(일반귀족), 30루블(평민)씩의 수염세가 도입된 뒤 러시아 주류사회에서 턱수염은 자취를 감췄다. 제외 대상인 ‘성직자와 농노’만 수염을 길렀을 뿐이다. 강압은 저항을 불렀다. 구식군대인 왕실경비대는 1705년 서구화한 군복 착용과 수염세 납부를 거부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표트르 1세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각종 개혁을 서둘렀다. 수염세는 카트린 여제 시대에야 없어졌다. 세목이 군색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 표트르 1세 사후에도 4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옹색한 세목이 옛날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부자 감세로 세수부족, 재정적자 심화에 봉착한 정부는 죄악세 도입을 만지작거리고 지방에서는 간판세ㆍ온천세 도입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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