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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 정부예산안 엉거주춤하지 않은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았다.

우선적인 관심은 정부가 내년에 확실히 경기부양에 나설지 여부다. 선진국이나 신흥국을 막론하고 글로벌 경기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우리 경제도 급락하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부양책이 더욱 관심을 끈다.

그런데 정부의 자세가 애매하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풀겠다는 것도 아니고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곳간을 꼭꼭 지키겠다는 것도 아니다. 균형재정 약속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오는 2013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도 '균형재정 기조'에 따라 편성됐다.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가 0.3% 적자이지만 ±0.3% 범위는 국제적으로 균형재정으로 인정된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사실상 적자예산 가능성이 높다. 총수입을 과도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세금수입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로 상정해 잡았다. 올해 성장률이 워낙 낮아 내년에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4%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연구기관들은 대개 3%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또 매각하기 힘든 정부 보유 주식을 내년에 팔겠다며 그 매각대금을 미리 수입으로 잡아 놓았다. 기업은행ㆍ산업은행ㆍ인천공항 주식 등이다.



이렇게 수입을 과도하게 잡은 것은 형식상 균형재정을 달성한다고 하면서 경기대응용 지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이차보전이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6조7,000억원 규모의 지출을 늘린 것도 경기용이다. 정부도 경기대응용 재정지출 확대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대외 불확실성이 크고 민간 부문의 자생적 회복력이 약한 상황에서는 경기대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는 타이밍이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경기활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서는 적극적인 재정투입도 소용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글로벌 경기의 영향으로 경기가 급랭하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있다. 올해 말과 내년이 재정이 적극 나설 때다. 균형재정 목표도 중요하지만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말 우려되는 일은 우리 경제가 일본처럼 활력을 잃고 장기침체에 빠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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