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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산골경치 기차타고 둘러본다

수려한 산골경치 기차타고 둘러본다일요일 오전 8시10분 서울역. 철도청이 운행하는 「신록순환열차」에 몸을 실었다. 충주시 삼탄강~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인 제천시 진소천~원주시 간현역을 연결하는 기차이다. 경부선~충북선~중앙선을 차례로 지나면서 경관이 수려하지만 승용차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산골만을 돌아본다. 기차의 창밖을 스쳐가는 풍경들. 모내기가 끝난 논은 한가롭고, 새파란 하늘이 논바닥을 비추고 있다. 4인 가족이 마주앉아 아침으로 김밥을 먹는 모습도 정겹기 그지없다. 가구점을 운영한다는 김정현씨(서울 독산동·44)는 『가끔 철도청의 관광열차를 이용하는데 서민들에게 딱 좋은 상품이다』고 추켜세웠다. 유명한 관광지를 가더라도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것. 『무엇보다 가족과 마주앉아 평소에 못다한 얘기를 하는 게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오전 10시55분. 기차는 사람들을 첫번째 여정지인 충주호 상류의 삼탄강에 토해놓았다. 1958년 충북선이 개통되기 이전만 하더라도 간혹 화전민이 살거나 큰 변란이 있을 때만 사람들이 숨어들던 오지이다. 삼탄이란 말은 여울이 셋이란 뜻. 천등산 줄기에서 흘러나온 맑은 물이 기암절벽을 스치면서 광청소여울, 소나무여울, 따개비소여울 등을 이룬다. 봄 가뭄으로 개울물이 줄어들었지만 호젓한 강변을 거닐다보면 스트레스는 저만큼 사라진다. 조약돌을 주워 물수제비를 만드는 아이들, 투망으로 잡어를 잡는 어른들. 점심거리로는 지역민들이 장터에서 판매하는 올갱이국밥이 별미이다. 오후 1시25분에 기차를 다시 타고 40~50분쯤 갔을까. 기차가 천등산 터널을 빠져나오자 제천천의 지류인 진소천이 산을 끼고 뱀 모양으로 구불구불 흐른다. 영화 「박하사탕」의 무대이다. 사업에서 실패하고 친구에게 사기당하고 아내에게 이혼당한 주인공 영호가 첫사랑의 추억이 깃든 이곳에 찾아와 『나 다시 돌아갈래』하고 절규하던 곳. 차장의 안내 방송과 함께 기차도 서행을 거듭한다. 탑승객들도 그제서야 창문에 코를 박고 주변 풍경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씨 말대로 아는만큼 보이나 보다. 산은 하천 위로 물그림자를 남기면서 끝없이 흘러간다. 기차는 이제 충북선을 지나 중앙선으로 들어선다. 「차창 밖 풍경은 중앙선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기차는 강원도 산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연달아 펼쳐놓는다. 푸른 녹음에 눈까지 시원해질 정도이다. 오후 2시42분, 마지막 여행지인 간현역에 이르렀다. 10분쯤 걸어서 간현유원지에 이르렀다. 매표소를 지나 간현교에 서자 오형제봉이 섬강에 산 그림자를 드리운 게 한폭의 수묵화이다. 간현은 섬강과 삼산천이 합쳐지는 곳. 푸른 강물과 넓은 백사장, 병풍처럼 이어지는 50M의 바위절벽 등으로 예부터 시인 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1580년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한수(漢水)를 돌아드니 섬강(蟾江)이 어드메뇨, 치악(雉岳)이 여기로다」하고 절찬한 곳이 바로 여기다. 간현이란 지명도 조선 선조때 이조판서를 지낸 간옹 이희 선생이 이곳 절경에 반해 정착했다고 해 「그칠 간(艮)」, 「고개 현(峴)」에서 따왔다. 다리를 건너면 섬강은 뒤로 가고 삼산천이 나타난다. 곧이어 암벽 등반가들에게 유명한 간현암이다. 요즘도 바위를 타는 등반가들의 아슬아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옆의 소금산(350M)은 등산로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여름에는 녹음이 드리워져 「신록의 터널」을 이룬다. 햇볕 하나 들지 않고, 시원한 솔바람이 불어오는 게 여름 등산 코스로 제격이다. 중간중간 관망대도 만들어 놓아 삼산천이 똬리를 틀고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코스가 험하지는 않으나 삼산천 쪽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조금 위험하다. 500여 개에 달하는 철계단을 올라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행 시간이 2시간에 불과해 5살짜리 아이들도 완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기차는 오후 8시7분 서울 청량리역 도착. 일요일에만 운행한다. 어른 1만7,500원.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입력시간 2000/06/13 18:2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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