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삼성이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채용방식을 바꾼 데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던데다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여론에 공감하는 터라 이번 유보 발표에 다소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4학년 학생은 "구직자 중 입사자를 선정하는 것은 당연히 기업이 해야 할 일인데 그걸 대학에 떠맡겨서 괜한 분란을 일으킨 것 같다"며 "단순한 스펙 쌓기를 벗어나 새로운 채용 방식을 도입하려던 시도에는 공감하지만 대학을 하청업체 부리듯 하는 방식이 불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3학년 학생은 "구직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싶었던 의도라면 회사가 새로운 서류심사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대학에 일방적으로 인재를 내놓으라고 통보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학 서열화, 대학의 취업사관학교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삼성의 총장 추천제를 반대 거부한다"며 "학교의 됨됨이가 아닌 학교의 이름으로 평가 받고 학문의 요람이 되어야 할 대학을 취업의 관문으로 만들어버리는 총장 추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이미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들도 마찬가지.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한 취업준비생은 "그동안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총장 추천제가 도입되고 서류전형이 부활한다고 해서 난감했었다"며 "특히 기졸업자들은 대학으로부터 추천을 받기가 재학생들보다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 유보됐다니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학생과 청년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총장 추천을 받으려면 교수의 눈치도 봐야만 하는 등 전과 달리 여러 방면에서 평가를 당해야 해 학생들이 불안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며 "채용과정을 학교에 떠넘기며 대학을 취업사관학교처럼 만들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대학 총장 추천제를 '철회'가 아닌 '유보'하기로 함에 따라 총장 추천제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이사회 정기총회에서 총장 추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삼성이 내세운 방향성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거나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는 등 방법을 두고 파문이 일어난 것 같아 아쉽다"며 "아직 대학 총장 추천제가 전면철회인지 재검토인지 확실하지 않은 만큼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총회에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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