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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매력 세계를 유혹하다

베니스비엔날레 개막 주목받는 한국작가 2人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중인 양혜규씨의 설치작 '목소리와 바람'을 외국 미술계 관계자들이 유심히 관람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양혜규. 베니스=조상인기자

김아타

(좌)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초청된 작가 김아타씨가 5일(현지시간) 베니스 팔라초 제노비오 정원에서 10m높이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자신의 작품 1만장을 허공에 뿌리고 있다. /베니스=조상인기자 (우) 특별전 관람을 위해 모인 미술계 인사들이 김아타가 허공에 뿌린 1만장의 사진을 줍고 있다.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6월7일~11월22일)가 개막하면서 '물의 도시' 베니스가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작가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한국관 대표작가이면서 본전시에도 작품을 선보인 양혜규(38)는 세계 미술계 주요 인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비엔날레 조직위가 선정한 특별전에 초청된 김아타(53) 역시 특유의 동양적 사유가 드러나는 퍼포먼스를 펼쳐 전세계 미술인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목을 받고 있다. 향기로 바람으로… 오감 자극하는 작품으로 소통
한국관·본전시 출품 양혜규
“나는 한국 냄새를 싫어했었어, 그런데 말야…(I did‘n like Korean smell, but…).” 양혜규의 작품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을 보고 한국관을 막 빠져 나온 외국인 관람객이 이렇게 말하며 동료들과 토론을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블라인드가 가로 세로로 엇갈려 있는 설치작품 중간중간에는 냄새 분사기가 매달려 있어, 마늘향 같은 것이 ‘한국냄새’로 낯선 기억을 자극하는 반면 한국인에게는 친근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켜졌다 꺼지는 선풍기는 냄새를 퍼뜨리는 역할과 동시에 바람으로 촉각을, 소리로 청각을 일깨운다. 시각적으로 사로잡는 무지개색 블라인드는 공간을 단절시키면서도 건너편을 볼 수 있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 양씨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오감을 모두 자극하면서 생각의 흐름까지 바꿔놓는다. 올해 한국관이 유난히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세계 미술인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는 이유다. 작가와 커미셔너 주은지씨는 전시 제목을 ‘응결’이라고 붙였다. “응결이라는 과학 현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온도의 ‘차이’와 물방울이 맺힐 수 있는 ‘차단’의 벽이 있어야 한다. 보편적인 과학현상이면서 감정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응결’이란 것이 차이와 차단에 대한 상징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그 옆에는 한국어와 영어, 이탈리아어로 된 내레이션이 흐르는 영상물 ‘쌍과 반쪽-이름 없는 이웃들과의 사선들’이 상영 중이다. 혼자 행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행위의 이면에는 ‘상호의존성’이 깔려 있기에 공공성과 사회의 의미를 되씹게 한다. 작품의 마지막에는 “목소리는 (말 할) 목청을 갖고 있지 않고 바람은 (안아줄) 팔이 없다”라는 작가의 음성이 들린다. 그는 “만질 수 없고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존재와 장소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양씨는 한국관 뿐 아니라 비엔날레 본 전시에도 ‘7개의 광원(光源)조각-공동체의 일상성’이 선정됐다. 전구와 전선이 마구 뒤엉킨 형태의 이 작품은 개막 전 사전 공개에서 미국 카네기미술관에 8만유로(약 1억4,000만원)에 판매됐다. 사진 1만점 허공에 날리는 퍼포먼스… 탄성 자아내
특별전에 추정된 김아타
5일(현지시간) 오후 베니스의 오래된 작은 궁을 전시장으로 개조한 팔라초 제노비오에서 한국의 가곡 ‘고향의 봄’과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중정 한가운데 붉은 천으로 둘러싸인 리프트를 향해 검은 옷을 입은 작가 김아타가 다가섰다. 리프트가 10m 높이로 그를 끌어올리자 종이 뭉치를 허공에 날렸다. 눈처럼 쏟아져 잔디밭에 내려앉은 것은 작가가 지난해 로마를 촬영한 사진을 12.7x17.7cm 크기 한지에 인화한 작품이다. 이를 보자 100여명의 미술계 인사들은 탄성을 질렀고 엎드려 작품을 줍는 사람들을 보며 작가는 유유히 땅으로 내려왔다. 이날 퍼포먼스에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행위를 하는 5명의 행위예술가들도 가세해 종교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절을 반복하는 수원대 이주향 교수를 비롯해 돌아다니며 관람객들에게 “너는 누구냐(Who are you)”라고 묻는 사람, 계단을 끝없이 오르내리는 사람 등은 묵상과 수행의 과정을 보여줬다. “온에어 시리즈의 하나인 작품 ‘인달라’는 한 도시를 촬영한 1만장의 사진을 겹쳐 만든 작품이죠. 오늘 그 인달라 이미지를 해체해 다시 되돌려 준 것입니다. 한 도시를 ‘공즉시색(空卽是色)한 것이죠. 감히 ‘공(空)’의 실체를 보고 그것을 더듬어 보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특별전에는 ‘인달라’ 3점을 포함해 파르테논 신전을 10분의 1 크기 얼음조각으로 제작해 녹아가는 과정을 찍은 ‘아이스’ 시리즈 등 작가가 2002년부터 진행해온 온에어 프로젝트 작품 22점이 선보였다. 동양적 사고의 정수를 보여준 퍼포먼스가 베니스에 파란을 일으킨 동시에 전시가 비엔날레와 연계된 특별전인 만큼 김아타의 세계적 입지는 향후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작가는 “비엔날레가 갖는 원심력에 의지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초월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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