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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우리사회의 잠재적 '조승희'

“미국에서 하루에 총기 사고로 죽는 사람이 80명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총기 소지를 자유화하면 하루에도 수백명은 죽지 않을까?”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가 동료들과 나눈 농담 반 진담 반의 대화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자유무역협정(FTA) 결과를 용납할 수 없어서, 왕따를 당해서, 재산 때문에 등 서로 죽고 죽이는 기사가 매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제 누가 누구를 죽였다는 말은 더 이상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1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이토록 무섭게 변해버렸다. 그동안 사회에 불만을 품고 연쇄살인을 벌인 범인들도 여럿이다. 이들이 조승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방법과 범죄를 저지른 기간만 다를 뿐 그들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또 다른 ‘조승희’다. 동료들과 조승희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다 문득 우리 사회의 수많은 잠재적 ‘조승희’들이 생각났다. 소외되고 배척되고 방치되는 사람들…. 이제 왕따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부끄러운 단어 또한 이제는 익숙하다. 미국인의 인종 차별에 대해 분노하지만 우리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조승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미워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정작 미국은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있다. 조승희의 문제는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도 우리도 문제점을 고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이 아는 것과 사회가 아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조승희 사건을 보면서 언론이 아무리 사회적 문제점과 사건의 원인을 파헤치고 해결책을 제시해도 사회라는 단체를 바꾸는 것은 역부족이다. 혼자 뉴스를 보는 나와 군중에 속해 있는 나는 같으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우리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조승희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외톨이었다. 또래로부터 배척당한 그는 사회에 대한 반감과 적개심을 키웠다. 그리고 그는 총을 들었다. 우리 사회의 잠재적 조승희들은 총 대신 무엇을 들게 될까. 그들이 사회를 향해 무기를 들지 않도록 인간 자체를 존중할 줄 아는 사회를 우리 모두가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절망이 아닌 희망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가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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