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입법화됐어야 할 주요 법안 중 절반가량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 해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여야 모두 정상적인 입법활동에 매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남은 경제·민생법안 대다수가 하반기 이후로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이에 따라 선거국면이 더욱 본격화하기 전인 1~2월에 여야정이 임시국회를 조기에 소집해 최소한 비쟁점 법안들만이라도 신속히 처리하기로 대타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문을 연 후 현재까지 접수된 총 8,978건의 법안 가운데 현재까지 처리(본회의 가결, 부결, 폐기, 철회, 반려)되지 못한 계류법안의 비율은 무려 71.4%(6,413건)에 달했다. 특히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안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여야에 호소했던 102개 중점 추진 법안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52건이 여전히 미처리 상태로 국회에 남겨져 있다. 이들 미처리 경제 중점 법안 50여건 가운데는 이미 두 해나 넘긴 안건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2012년에 제안되고도 여태껏 국회에서 녹슬고 있는 주요 법안들을 보면 우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이 꼽힌다. 이 법안은 고용 텃밭으로 꼽히는 서비스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정책의 기본 틀을 세우자는 취지로 추진됐는데 내용이 곡해돼 장기간 계류 상태로 남아 있다.
. 국회 입법정책처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 민영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야권이 제기하면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의료 민영화 등과 관계가 없으며 정부는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개적으로 약속했는데도 야당 일각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해 국회에서 한 발자국도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법안(금융위 설치에 관한 법률안), 임산부 근로자의 1일당 근로시간 부담을 2시간 감경(8시간→6시간)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안, 분양가상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주택법안 등도 모두 2012년 국회에 제안돼 장기간 국회에서 방치된 안건이다. 여가를 어떻게 문화생활로 활용할지 상담해주는 국가공인자격인 '문화여가사'를 신설하기 위해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던 문화예술진흥법안도 별다른 쟁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두 해를 넘기도록 발목이 잡혀 있다.
파생상품에 대해 낮은 세율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 역시 15개월이 넘도록 표류 중이다. 이 법안은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떠돌고 있어 관련 업계의 로비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비록 정부가 102개 경제 중점 법안으로 꼽지 않았지만 민생·경제 지원 차원에서 처리돼야 할 법안들도 상당수 국회에 장기간 계류돼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안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는 영세사업자가 세입보증금을 담보로 사업자금 등을 빌리려고 해도 해당 담보권자에게 우선변제가 인정되지 않는 탓에 고리의 대출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한 법안이다. 정부가 이 법안을 지난해 6월 제출했는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그달에만 잠시 논의한 후 현재까지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
같은 달 정부가 국회에 올렸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호저축은행법도 답보 상태이기는 마찬가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2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사위가 딱 한 차례 전체회의에 올린 후 여태껏 방치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민생·경제법안 표류 현상이 올해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여야 모두 사실상 지방선거 준비단계에 들어선 상태"라며 "아무래도 여론 관리를 위해 선거 전까지는 쟁점 법안의 처리는 어렵다고 봐야 하며 비쟁점 법안이라도 각 당의 지방선거 공천자 평가가 개시되는 2월 말 이후부터는 정상적으로 국회 심의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최소한 2월 임시국회까지 처리할 수 있는 비쟁점 민생·경제법안들을 추려 신속히 상임위의 벽을 넘어갈 수 있도록 여야정 지도부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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