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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8월 13일] 니덤의 교훈

오영호(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영국의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은 지난 1954년 출판하기 시작한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통해 기본적인 발명ㆍ발견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비롯됐음을 밝힘으로써 서구 근대 과학이 중국에 빚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계속된 내전과 공산화로 항공ㆍ우주ㆍ핵 등 국방 관련 기술을 제외한 중국의 과학기술 기반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말았다. 이런 흐름이 바뀐 것은 1970년대 후반 실용주의 노선이 구체화되면서부터다. 과학기술도 경제건설을 위한 발전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문혁 기간 중 장기간 폐쇄됐던 대학이 잇따라 부활하고 실행계획이 집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방향전환과 노력은 21세기 중국의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02년부터 5년간 중국의 과학기술 인력이 무려 74%나 증가해 5,160만명에 이르고 1980년대 이후 육성된 과학기술자 중 40세 이하가 3,700만명으로 전체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고급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 수도 미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우리는 그간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의심해왔다. 선진 과학기술을 따라잡되 중국에 대해서는 ‘거리두기’에 몰두하면서 그들을 평가하는 데 인색했다. 현재 중국에는 우리나라 총인구와 맞먹는 과학기술 인력이 존재할 뿐 아니라 ‘양탄일성(兩彈一星ㆍ원자탄ㆍ수소탄ㆍ인공위성)’에 더해 외국인투자로 첨단기술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귀파(海歸派)’라 불리는 해외유학 인력이 대거 귀국하고 자체적으로 양성한 고급인력이 힘을 발휘하면서 기술경쟁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1994년 한중 양국은 민간 항공기 협력개발에 관한 약정을 맺고도 세부내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개발약정이 휴지조각 된 적이 있다. 그리고 15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다시 유럽의 에어버스와 중형 민항기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시 중국과의 약정이 이행됐다면 지금쯤에는 우리 손으로 제작한 민항기가 세계의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학계ㆍ연구계ㆍ업계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과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두 나라의 기술이 뒤지는 분야를 중심으로 국제분업과 공동 연구개발 체제를 가동하고 바이오ㆍ나노 등 새로운 분야나 기술융합 분야에서 중국의 기초과학과 한국의 생산기술을 결합하는 윈윈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첨단산업의 경우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기술표준화를 위한 전략관계 수립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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