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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신원근 진학사 대표

딸 교육서 회사 경영 길 찾아… 자식은 곧 우량고객이죠<br>5분간 소통 위해 5시간 생각하는 노력 필요<br>대학 최우선으로 삼는 부모 보면 안타까워<br>스스로 문제 깨닫고 고칠 수 있도록 이끌 것




사람 취급도 못 받던 꼴찌의 대반란
[CEO&Story] 신원근 진학사 대표딸 교육서 회사 경영 길 찾아… 자식은 곧 우량고객이죠5분간 소통 위해 5시간 생각하는 노력 필요대학 최우선으로 삼는 부모 보면 안타까워스스로 문제 깨닫고 고칠 수 있도록 이끌 것

권대경기자 kwon@sed.co.kr
김연하기자 yeona@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사채 시장에서 대출 받아 자본금을 마련했죠. 대출금과 이자를 갚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리더군요."

국내 고등학생 대부분의 컴퓨터에 즐겨찾기로 등록돼 있는 진학닷컴의 시작을 묻자 신원근(47ㆍ사진) 진학사 대표는 쑥스럽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진학사는 현재 300개를 웃도는 대학과 대학원의 원서접수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매출 25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진학사는 1965년 전국 수험생들에게 입시정보를 제공하던 '진학' 잡지에서 출발해 '어플라이뱅크'와 '진학어플라이'를 거쳐 2002년 현재의 진학사로 자리 잡았다. 2002년부터는 수험생들이 합격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모의지원ㆍ합격예측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10년째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진학닷컴은 입시정보에 목말라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사이트로 평가 받고 있다.

신 대표가 창업 당시 흔치 않았던 원서접수 대행 회사를 차리게 된 배경에는 원서 한장을 사려고 고속터미널에서 신림동까지 가야만 했던 자신의 경험이 작용했다. 이후 경영대학원(MBA) 진학을 준비하며 미국에서는 대행 사이트를 통해 쉽게 원서를 접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동업자들과 논의 끝에 지금의 원서접수 대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블루오션처럼 보였던 시장이었지만 경쟁은 만만치 않았다. 이미 2개의 업체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던 탓에 진학사의 시장점유율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어려운 시절이 계속되자 그만두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0년과 2001년 연속으로 접수 당일 서비스를 오픈하지 못하는 대형사고를 치면서 대학들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사람 취급도 제대로 못 받았던 그 시절의 유일한 낙은 오직 월드컵뿐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진학사에 예기치 못했던 기회가 다가왔다. 2000년 초반 발생한 KT 인터넷 대란이었다. '인터넷도 끊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대학들은 안전장치로 2개의 업체와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인터넷 대란이 없었다면 시장점유율 10%도 되지 않던 진학사는 꼴찌에 머물러야 했겠지만 상황은 돌변했다.

2002년 당시 업계 1위를 달리던 회사의 시스템이 다운돼 원서접수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연일 9시 뉴스를 장식했음에도 사후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이 업체는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1위 업체의 퇴출은 꼴찌 진학사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회로 작용했다. 첫해 2억3,0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13억원과 86억원을 거쳐 130억원, 210억원, 250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시장점유율도 50.06%로 확대됐다. 신 대표는 "제조업도 아닌 인터넷 기업 가운데 이 정도의 매출을 내는 곳은 많지 않다"며 숱한 마음고생 끝에 일궈낸 성과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온갖 역경을 딛고 진학사를 탄탄하게 키워낸 신 대표도 딸 이야기로 화제를 옮기자 갑자기 혀를 내둘렀다. 3분도 대화하기 힘들었던 수년 전 사춘기 딸과의 관계를 떠올린 탓이다. 특히 교육업체를 운영하는 탓에 자신의 자녀교육이 회사경영에 큰 자산이 됐다고 신 대표는 강조했다.

"처음에는 3분만 지나도 할 말이 없었죠. 5분 지나면 싸우고 그러면 애는 짜증을 냈어요. 겨우 돌파구로 삼은 게 영화였죠. 일단 2시간 동안 말을 안 해도 되니까."

신 대표는 매주 한번씩 영화를 보는 시간이 1년간 이어지자 아이와 겨우 친해질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빠와 문자 하는 것도 싫어하던 딸에게는 엄청난 변화였다.

신 대표는 "제 딸은 한때 정신과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패싸움도 하는 등 이른바 문제아였지만 이제는 번듯하게 커 해외 명문대에 진학해 너무 기쁘다"며 딸바보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신 대표의 경험은 곧바로 사업으로 이어졌다. 진학사는 청소년 진로ㆍ진학 등의 교육을 진행하는 청소년교육연구소를 설립해 부모 교육을 펼치고 있다. 직접 강의에도 나서는 그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비결을 묻자 두 가지 답이 돌아왔다.

첫째는'자식을 고객처럼 생각하라'다.

"자식을 고객으로 생각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다 말이 안 된다고 해요. 그런데 직장에서는 고객의 일이라면 주말 아침에도 뛰어나가고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 것인지를 밤을 새며 고민하죠. 가정에서 자녀들은 고객만도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신 대표는 아이를 고객으로 생각하면 일주일 중 하루는 아이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으며 아이와 5분을 이야기하려면 5시간을 생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 3시간만 노력하면 아이는 달라진다고 믿는 그는 "부모들은 흔히 자신들이 포기한 아이를 돈 몇 푼 들여 사교육에 맡기려고 한다"며 "하지만 이미 부모가 버린 아이를 다른 사람이 바꾸기란 쉽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번째 비결은 아이에게 자존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신 대표는 "많은 부모들이 '너는 이런 모습으로 와야 내 자식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애가 가겠다는 대학을 '그게 대학이야'라고 쉽게 내뱉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자신이 말한 대로 따라오는 아이만 존중하는 것은 진정한 존중이 아닌데도 부모들이 이를 놓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교육상담 과정에서 아이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내가 너한테 못해준 게 없는데 왜 이 모양이냐'는 식으로 독을 품은 말을 내뱉는 부모들을 자주 만난다고 했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가 안쓰럽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아이를 믿어주지 않고 일상적으로 기를 죽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특히 신 대표는 요즘 부모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조언을 해도 대학만을 우선으로 삼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소통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도 '그건 좋은 얘기인데 일단 대학부터 보내고 얘기하자'는 식으로 반응하는 부모가 태반"이라며 "이런 부모들이 진짜 문제를 깨닫고 고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학이 전부가 돼버린 세상에서 교육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가 가진 고뇌와 각오가 곧 교육사업의 아이디어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학사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 신원근 대표는▲1966년 경북 포항 ▲1984년 포항고 ▲1990년 서울대 국사학과 ▲1993년 삼성생명 입사 ▲1998년 해진무역 입사 ▲2000년 ㈜어플라이뱅크 대표이사 ▲2001년 ㈜진학어플라이 대표이사 ▲2002년 ㈜진학사 대표이사

부모가 바뀌어야 자녀도 달라진다진학지도 방법·성공진학 부모교실 등 프로그램 운영
지난해 전문교육기관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진학사가 최근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청소년교육연구소'를 열었다.

연구소는 '부모가 달라져야 자녀가 달라진다'는 솔로건 아래 유ㆍ무료 부모 교육을 담당한다.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신원근 대표의 지론을 구체화한 것이다. 현재 매주 1회 학습법과 진학지도 방법, 성공진학 부모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는 청소년 진로개발과 진학설계ㆍ학습법ㆍ인성교육 등을 연구해 개개인에 맞는 진로와 진학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연구과제들은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 대표는 지난해 진학예측진단검사(KMDT)라는 진단시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아이의 성적을 넣으면 지원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 합격 확률 등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첫해 1만개를 판매하면 대박이라고 평가 받는 진단시트 시장에서 KMDT는 지난해에만 판매량 1만개를 넘어섰다. 시트 판매 외에도 무료 강좌나 유료 인ㆍ적성 강좌, 개인 멘토링 등을 제공해 학생과 학부모의 눈길을 끌었다.

진학사는 숙명여대의 송인섭 교수 연구팀과 손잡고 교육힐링연구소를 열기도 했다. 학업 때문에 힘겨워하는 학생과 부모가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담당하는 이 연구소는 10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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