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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어등 폐기물이 10초만에 천연가스 '변신'

美 GRC 개발 자원 재활용장치 '호크-10'<br>극초단파 이용 탄화수소 분자들 고리 끓어<br>원래 성분 탄소-휘발성 탄화수소가스로 분리<br>美전역서 사업제휴 러브콜… 내년2월께 상용화

호크-10의 개발자 프랭크 프링글[우측]이 그의 동료인 호크 호건과 함께 폐타이어로 경유와 천연가스를 만들고 있다.

극초단파는 폐기물 속 탄화수소 분자들의 고리를 끊어 원래의 성분인 탄소 덩어리(카본 블랙)와 휘발성 탄화수소가스(천연가스)로 분리한다.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 나오는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은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한다.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에 갈 필요 없이 가까운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꺼내 연료통에 넣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처럼 영화 같은 일이 지금 이 순간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사실이다. 미국 글로벌리소스사가 개발한 '호크-10(Hawk-10)'이 바로 그런 기계다. 호크-10은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비닐 등의 폐기물을 순식간에 경유와 천연가스로 바꿔준다. 극초단파의 마법 미국의 친환경기업 글로벌리소스(GRC)사가 개발한 자원재활용장치 '호크-10'은 눈앞에서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마술 같은 기계다. 콘크리트 혼합기 같이 생긴 이 장치에 투입되는 원료라고는 폐타이어나 돌덩이, 플라스틱 컵, 비닐봉투, 폐전선 등 온통 쓰레기뿐이다. 하지만 이것이 불과 10여초 만에 경유와 천연가스가 돼서 나온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다국적 정유사들이 자신을 암살할지도 모른다는 이 회사 프랭크 프링글 사장의 우스갯소리가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다. 호크-10이 부리는 마법의 비밀은 '극초단파'에 있다. 전자레인지에도 쓰이는 이 극초단파가 폐기물 속 탄화수소 분자들의 고리를 끊고 원래의 성분인 탄소 덩어리(카본 블랙)와 휘발성 탄화수소가스(천연가스)로 분리해주는 것. 바로 이 가스를 직접 태워 연료로 쓸 수 있으며 이를 응축해 액체연료, 즉 경유로 만들 수도 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가 호크-10을 거치면 고가의 유류로 환골탈태하는 셈이다. 실제 9kg의 폐타이어를 호크-10에 넣을 경우 4.54ℓ의 경유와 1.42㎥의 휘발성 가스, 1kg의 스틸, 3.4kg의 카본 블랙을 얻을 수 있다.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주로 폐기물이나 쓰레기들을 원료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탄화수소가 함유된 모든 물질이 호크-10의 원료가 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에는 탄화수소가 일정량 들어있기 때문에 사실상 원료의 제한이 없다고 해도 무방한 것이다. 프랭크 사장은 "호크-10의 모든 공정은 100% 친환경시스템으로 구현돼 그 어떤 유해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공정을 끝마친 폐기물의 부피가 최대 65%까지 줄어 쓰레기 매립을 위한 부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부가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연한 발견 프랭크가 호크-10의 개발에 나선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타이어가 불에 탈 때 큰 화염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이 에너지를 재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그는 집으로 돌아간 직후 자신이 다른 프로젝트에 사용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었던 극초단파 발생기에 타이어 조각들을 넣었다. 하지만 타이어 조각들이 검은 재처럼 변했을 뿐 타이어 속 에너지를 끄집어낼 방법은 찾지 못했다. 그런데 기계를 끄고 몇 시간 후 돌아와 보니 작업실 바닥에 정체모를 검은 액체가 고여 있었다. 이 액체는 극초단파를 쏘인 타이어에서 나온 가스 중 일부가 작업실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응축되면서 생성된 경유였다. 우연이지만 그가 폐타이어로 석유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반응이 다른 탄화수소 제품에도 나타날 것으로 판단,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고 결국 호크-10의 개발에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겨웠던 것은 각 물질에 맞는 최적의 극초단파 파장을 찾아내야 했다는 것. 각 물질별로 탄화수소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파장이 다르기 때문으로 이는 1,000만분의 1이라는 희박한 확률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는 100만 달러의 사재까지 털어가며 수백여 종의 재료들을 놓고 정확한 극초단파 파장을 밝혀냈다. 가장 최근에 석탄의 일종인 '역청탄(bituminouscoal)'을 가스 연료화 하는데 성공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무려 1,200여종이 넘는다. 호크-10 하나로 1,200여종에 달하는 폐기물의 자원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잇따르는 러브콜 최근 호크-10의 존재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자 GRC사에는 미국 전역에서 사업제휴와 투자를 하고 싶다는 러브콜이 밀려들고 있는 상태다. 이 기술의 현실화 가능성을 놓고 일부에서 제기됐던 의구심도 사라졌다. 미 에너지국(DOE)이 GRC의 극초단파 기술을 인정하는 공식 논평을 내놓은 데다 시제품을 통해 이 기술의 우수성도 입증됐기 때문이다. 내년 2월에는 호크-10의 첫 번째 상용모델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뉴욕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한 폐차장 운영업체로부터 주문받은 510만 달러(47억원)짜리 이 모델은 시간당 10톤의 자동차 폐기물을 경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순수한 스틸로 분리해주게 된다. GRC에 따르면 이렇게 얻어진 자원을 에너지 단위로 환산할 경우 약 1,700만 BTU에 달하는데, 공정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95만6,000BTU 불과해 에너지 전환 효율이 상상을 초월한다. 1 BTU는 1파운드의 물을 화씨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을 말한다. GRC는 또 지난달 8일 미국 애리조나 주 소재 폐타이어 재활용 업체인 ECO에너지사와도 호크-10 공급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ECO에너지는 향후 2~3대의 호크-10을 활용, 하루 300톤의 폐타이어를 가스와 경유, 스틸, 카본블랙으로 전환할 계획인데 계약규모가 최대 1,500만 달러(1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 육군은 호크-10을 이라크로 보내 음료수병과 플라스틱 식품용기를 재활용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초 호크-10 1호기가 정상적인 가동에 들어가면 쓰레기가 자원이 되는 세상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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