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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11월 12일] 녹색성장이 생명을 얻으려면

얼마 전 인도에서 한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가 다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앞서 걷던 보행자에게 자전거 운전자가 비키라고 벨 소리를 울린 게 시비의 발단이었다. 보행자는 "자전거가 왜 차도가 아닌 인도를 이용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반면 자전거 운전자는 "차도는 위험해 이용할 수 없고 도로교통법대로 자전거를 끌고 인도를 걸어갈 거면 뭐 하러 자전거를 이용하느냐"고 반박했다. 자전거가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저렴한 교통수단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관련 인프라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전에 정부가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면서 여러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도시라 해봐야 인구가 100만~200만명에 불과한 유럽식 모델을 정부가 고집하고 있다"며 "더구나 자전거 출퇴근을 문화 형성이 아니라 자전거 도로 건설, 명품 자전거 생산 등 양적 팽창 측면에서만 접근하면서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 자전거 사례는 최근 '녹색 성장'을 둘러싼 불협화음 측면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질타를 받은 녹색금융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녹색금융이 '눈먼 돈'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조차 "솔직히 녹색금융의 정의를 모르겠지만 정부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웬만하면 '녹색'으로 포장해 실적을 맞추고 있다"고 고백할 정도다. 사실 이 같은 일선 현장의 혼란은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을 어젠다로 제시할 때부터 우려돼왔다. '녹색'이라는 화두는 '성장'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는데 이 두 가지를 조화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었다. 물론 전세계적인 기후ㆍ환경기술 장벽을 역이용하고 환경 및 생태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외견상 상충되는 목표인 만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인 투자에 앞서 녹색사업에 대한 더 심도 깊은 연구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숱한 논란 속에서도 4대강 사업이 지난 10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미 시작한 사업이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다만 4대강 사업이 지역경제 살리기나 수질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 공언대로 문화와 생태가 살아 있는 공간이 돼야 녹색 사업이 한때의 유행이나 거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생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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