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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2007년 가을 자유무역협정(FTA) 취재차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다. 멕시코시티에서 만난 멕시코 상의의 한 간부에게 한국의 대미 경제의존도를 설명하면서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독감을 앓는다"고 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멕시코는 폐렴에 걸린다". 농담처럼 던진 그의 말은 2년 뒤 정확히 들어 맞았다. 2008년 가을 리먼 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멕시코 경제는 이듬해 쑥대밭이 됐다. 멕시코 경제는 2009년 마이너스 6.1%로 곤두박질쳤다. 미국 발 위기가 제치기 수준을 넘긴 했으나 미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2.6%를 기록한 데 비해서는 멕시코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美 금융위기에 멕시코는 쑥대밭 그렇다면 중국이 재체기를 한다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모르면 몰라도 멕시코가 2009년 겪었던 끔직한 경험을 능가하지 않을 까 싶다. 잘해야 연간 3~4% 성장하는 미국과 10%씩 치솟는 중국의 성장속도를 비교 본다면 이런 어림이 무리일까 싶다. 미국은 7.2% 성장한 1984년을 끝으로 경제성장률이 5%를 넘은 적이 없는 초성숙 시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파릇파릇 돋아나는 중국 경제의 역성동성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5%로 떨어져도 세계 경제에 충격파가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폭발하자 세계의 관심은 중국으로 쏠렸다. 미국 발 쓰나미에 중국은 괜찮을 지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중국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해 금융위기의 무풍지대였음을 확인했다. 두 번 째 의문은 잦아들긴 했으나 여전히 진행 형이다. 중국은 1978년 등소평의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간 연간 두 자릿수의 경이적 성장률을 구가했다. 이런 초고속 성장이 영원하겠냐는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금융위기 역사서를 발간한 케네스 로고프 하번드대 교수는 "중국이라고 위기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짤라 말한 적이 있다. 가시지 않는 차이나 리스크 중국은 지난 5일 개막한 전인대를 통해 12차 5개년 계획기간(2011~2015년)중 성장률을 8%에서 7%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13억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최소 성장률인 '바오파(保八•8% 성장 유지)'정책을 철회한 것이다. 바오파의 수정은 과속 성장에 따른 후유증을 가라앉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항공모함은 한 순간에 방향을 전환하지 못한다. 중국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추구로 전환한다 해도 그 속도는 매우 더딜 것이다. 과거에도 실제 성장률은 목표 치보다 늘 높았다. 중국이 성장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민생을 챙기고 복지를 늘릴 가능성은 없지만 성장의 질적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성장 정책 수정은 내부 모순을 해결하지 위한 것인 동시에 차이나 리스크를 줄여 주는 데 긍정적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경기 과열을 식히려다 급랭하지 않을 지, 반대로 물가 안정에 실패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앙을 부르는 것은 아닌지,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이 민주화 시위로 폭발하는 것은 아닌 지 하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중국에 따라 붙는다 중국리스크가 두려운 것은 바로 불투명이다. 시장 경제와 사회주의 경제가 뒤섞인 중국식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 완벽히 검증되지 않았다. 시장의 힘에 의해 작동하는 선진국보다는 정부의 보이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중국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 연구가 일천하고 전문가가 부족한 우리로서는 중국이 조금만 진로를 변경해도 리스크는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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