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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의 철학
입력1999-10-27 00:00:00
수정
1999.10.27 00:00:00
필자의 생각으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정희기념관 건립에 대한 반대의 근거는 박 전대통령의 공과(功過) 중에서 「과」쪽에 무게를 보다 더 두었기 때문인 것 같다.어쨌든 그분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공과는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명백한 결론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과오는 군사쿠테타와 유신독재로 반민주적 인권탄압을 지행한 일이고, 공적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구국의 아버지로까지 칭송받는 점일 것이다.
철혈재상으로 잘 알려진 비스마르크가 의회에 출석해 예산위원회의 예산안 통과와 육군의 재편성 승인이 부결된 사실을 두고 의원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겠다』고 선언하자 빌헬름 1세는 두려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오페라극장 앞에서 그대의 목이 먼저 떨어지고 다음에는 과인의 목이 떨어지는 정경이 벌써 눈에 선하오.』
『그렇지만 폐하, 독일의 현재 상태는 다수결에 의해서는 결코 개선될 수 없습니다. 오직 철과 피 뿐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빠르거나 늦거나 죽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만 폐하의 신성한 왕권을 길로틴 위에서든 전쟁터에서든 스스로의 피로써 증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왕도 용기를 얻었고, 비스마르크의 과단성 있는 정치철학에 의해 독일은 머잖아 통일을 이룩하는 업적을 남기게 된다.
독선과 독재를 비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박정희 신드롬」은 왜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사실을 직시하고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비록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민선대통령이라도 박정희의 과(過)에 버금가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며, 박정희의 공(功)에 비해서도 한참 밑도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국민의 불만 때문일 것이다.
기왕에 들춘 비스마르크의 「죽음의 철학」을 가진 국민의 대표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박정희 신드롬」은 앞으로도 더욱 생기를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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