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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만 국내 기업이 해외 법무법인(로펌)에 지급한 돈이 12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나 본격적인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법률수지 적자 악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한국은행 서비스무역세분류통계에 따르면 2011년 국내기업들의 해외법률비용지급액은 11억 8,360만달러를 기록, 처음 이 부분 집계를 시작한 2006년(6억9,740만달러)에 비해 약 1.7배나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법률비용지급액은 지난 5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반면, 해외법률비용수입액은 5년간 약 1.27배 증가하는 데 그쳐 적자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외국 로펌을 이용할 때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우리나라 로펌이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금액의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로펌에 지급한 법률서비스 금액은 2007년 7억350만 달러, 2008년 7억7,700만 달러, 2009년 10억1,740만 달러, 2010년 10억5,710만 달러에 이어 지난해는 11억8,360만달러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로펌의 수입은 2007년 5억3,220만 달러, 2008년 6억5,890만 달러, 2009년5억3,780만 달러, 2010년 5억8,710만 달러에 이어 지난해는 6억8,090만달러였다.
이에 따라 법률서비스시장 적자폭은 2006년 1억7,130만달러를 시작으로 지난해 5억270만달러를 기록,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법률수지 악화는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특수성과 최근 몇 년간 IT 분야에서 해외 소송이 크게 늘고 있는 흐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시장에 활약하는 국내기업의 경우 소송을 당하면 현지 로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제적인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사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 투자가 축소되면서 자문수요도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7월 발효된 한ㆍEU FTA와 올 상반기 중으로 발효될 한ㆍ미 FTA에 따라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로펌의 관계자는 "한ㆍEU FTA보다는 한ㆍ미 FTA가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적자에 더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ㆍ미 FTA 발효로 한국계 미국 변호사들의 국내진출이 가시화될 경우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법무부에 따르면 한ㆍEU FTA 발효 때와는 달리 한ㆍ미 FTA에 따른 해외로펌의 국내진출 문의가 더욱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미계 로펌인 클리퍼드챈스, 폴 헤이스팅스, 클리어리 고틀립 등이 한국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국내 로펌들이 해외 대형 로펌에 견줘 대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기존 선입관으로 막연하게 해외 로펌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 로펌의 대응책 마련 부진도 이유로 꼽힌다. 국내 대형 로펌들은 많게는 50여명에서 20여명의 해외 자문팀을 꾸려 놓았지만 법률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 이 정도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기업이 해외로펌의 자문을 받을 경우 기업의 영업 비밀에 관한 자료가 모두 해외 로펌 손에 들어가 유출 위험이 따른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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