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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교수 "보수공사 마친 월성 1호기 베어링 노화 간과 가능성"

서균렬 서울대 교수 지적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정부는 한달간 국내 원전 21기 전체의 안전점검을 실시해 4월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안전점검에 들어간 미국과 프랑스 등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서균렬(55ㆍ사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발 빠른 안전점검에서 빠뜨린 게 없는지 의문"이라며 "지난 12일 (일시) 가동 중단된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우 4,000억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마쳤는데 베어링의 노화를 간과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전 1호기(68만kW) 가동 중단에 대해 '원자로 냉각재펌프 4대 중 1대의 온도감지장치 오작동 때문'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 "온도측정 오류라면 온도계 교체로 해결되는 경미한 문제다. 그러나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설계수명 30년이 다 돼가 27개월간 설비개선 작업을 거쳐 지난해 7월 재가동에 들어간 월성 1호기의) 온도감지장치 베어링 노화가 고장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한국의 원전 운영 노하우는 지난 30년간 발전을 거듭해 미국ㆍ프랑스ㆍ일본 등 원전 선진국을 앞지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안전성 관리를 한시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원전 관련 정보를 통제해 지역민과 마찰을 빚어왔는데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 선임연구원 시절 때 지난해 사고를 낸 후쿠시마 원전과 동일한 원자로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해 내부구조를 잘 알기 때문에 사고 직후 1~3호기 원자로의 노심용융(melt down)과 격납용기 파손(melt through)을 예측했고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에 숨은 오류를 꼼꼼하게 짚어내 국내는 물론 일본 언론사들이 자문을 구하는 한국의 원전 전문가 1순위로 꼽히곤 했다. 그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와 미국 MIT(핵기계공학 석ㆍ박사)를 졸업한 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거쳐 1994년 한국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 위해도실험실(발생 가능한 원전 사고를 예측하고 예방책을 연구) 실장으로 부임했으며 1996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겼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수습책과 공식 발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원자로 온도가 섭씨 100도 밑으로 내려가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는 냉온정지(cold shutdown) 상태에 들어갔다는 지난해 12월 발표에 대해 "사고 원자로에서 10개월 만에 방사성물질 누출이 완전 차단됐다는 발표는 거짓말이자 전세계를 상대로 한 범죄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 근거로 "후쿠시마 사태와 비교해 위험도의 10분의1에 불과했던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는 냉온 정지에만 5년, 완전 차단까지 15년이 걸렸다. 후쿠시마 원전은 단순계산으로도 최소 150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의 온도계 등 장비가 폭발로 파손됐는데 원자로의 온도가 100도 이하로 떨어졌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하다. 방사능 유출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어 로봇으로 원자로와 방사성폐기물을 원격 처리해야 하는데 이제 개발을 시작했으니 언제 원자로를 봉쇄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4호기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폭발로 녹아 내리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고 애써 주장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저장수조가 지상에 있어 지진에 취약한데다 건물의 균열이 심하고 지난해 4월 측정 결과 4도 이상 축이 기울었다. 철제 지주를 덧대는 보강공사를 했지만 근본 처방이 될 수 없어 지질학자들의 예상대로 올해 동북부 지역에 강도 5~7의 여진이 실제로 일어나면 10층 높이의 지상건물에 있는 500톤 이상의 방사성물질이 공중분해돼 인류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가 진실을 왜곡하는 이유에 대해 서 교수는 "일본의 내수용 원전사업은 사실상 끝났기 때문에 세계적 원전 개발회사인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도시바, GE와 협력관계에 있는 히타치가 원전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은 수출밖에 없다. 결국 동업자인 미국의 묵인하에 원전 수습일정을 앞당겨 달성했음을 대내외에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일본 지하수ㆍ농축산물의 방사능 오염 정도도 공식 발표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1ㆍ2호기 구멍이 뚫린 상태인데 녹아내린 노심(爐心)을 바닷물로 식히는 잘못된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며 "첫 폭발 후 8시간 동안 보수전력이 가동됐는데 운전원이 실수로 펌프를 꺼버려 순환수 냉각 기회를 놓쳤다. 그 뒤 차선책으로 원자로를 방치해 식힌 후 붕소와 모래를 부어 용암처럼 굳어지면 시멘트로 봉쇄하는 방법을 썼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뚫린 원자로에 퍼부은 바닷물이나 대기중으로 누출된 방사성물질 등에 피폭된 수산물ㆍ가축ㆍ농산물 수입규제를 일본 정부의 일방적 발표만 믿고 섣불리 완화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깨끗함과 고위험이라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원전을 버리고 대체에너지로만 국가 에너지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서 교수는 "넓은 평지와 일정한 일조량이 풍력과 태양열 발전 등의 전제조건인데 우리는 지형학적으로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환경"이라며 "원전의 보완재가 될 수는 있지만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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