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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몰빵' 사회와 붕 뜬 사람들

극적인 반전이다.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라는 날벼락을 맞고 뻗어 버렸던 한국경제가 불과 2년이 조금 지난 지금, 유래없는 역동성을 마음껏 분출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이익규모는 577개 상장사기준 16조원으로 사상최고였다. 저금리와 과감한 구조조정 덕분이다. 또 환율이 우리 수출품의 경쟁력을 받쳐주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을 보았던 외환보유액도 지난해 말 이미 7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제는 과도한 외환유입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과 과열경기를 우려해야 하는 판국이다. 한때 180만명에 육박했던 실업, 5.8%의 마이너스 성장률(98년), 60%대 후반에 머물던 제조업 평균가동률 등으로 암울하기만 했던 시절이 과연 언제였냐고 한국경제는 호탕하게 반문하고 있다. 하지만 새천년 한국경제의 진정한 역동성은 다른 곳에 있다. 「벤처」 「인터넷」 「코스닥」이다. 이 세가지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상호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상당수가 인터넷 관련이고 코스닥은 벤처·인터넷 기업을 먹여살리는 보급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육성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조차 직접 나서 국정지표화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5,000개 수준인 벤처기업수를 2005년까지 4만개 수준으로 늘려 벤처기업의 경제적비중을 현재의 4.8%에서 18%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벤처기업수는 이미 99년 중에만 전년대비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변엔 벤처로 수백, 수천억원을 거머쥔 젊은이들의 성공신화가 시끌 벅적하다. 인터넷은 모든 경제주체가 눈을 벌겋게 하고 달려드는 신천지다. 전통적 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 CEO들도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체를 인터넷과 연관시키지 못하면 시대를 읽지 못하는 바보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대기업·정부·언론기관 등에서 일하던 인재들이 인터넷관련 벤처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신문은 온통 무슨무슨 대기업이 누구와 손잡고 인테넷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소식으로 도배되고 있다. 코스닥은 벤처나 인터넷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사람들까지 들뜨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0배, 20배의 대박을 안겨준 코스닥 신화의 재현을 기다리는 투자자의 열망이 뜨겁다. 98년말 7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은 1월28일 현재 76조2,000억원으로 거의 10배로 커졌다. 이렇게 벤처·인터넷·코스닥이라는 삼박자는 한국경제의 역동적 드라마를 지금까지 훌륭하게 연출하고 있다. 이제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자. 인터넷 사용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급격히 늘고 인터넷 주식거래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지난해 주가상승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나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표정을 살피자. 그들은 둘만 모이면 주식 이야기를 한다. 넥타이 멘 직장인은 물론 아줌마도 실업자도 농부도 어부도 주식이야기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식을 사고 있다. 30~40대 직장인, 공무원들은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가 창업한 용감한 동료들의 행보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자신의 앞길을 이리저리 시뮬레이션해 본다. 그리고 근무시간 틈틈이 컴퓨터로, 전화로 주식을 사고 판다. 인터넷 주식투자에 몰두해 손님에게 돈내지 말고 그냥 가라고 하는 장사꾼이 나오는 TV광고가 과장이 아니다. 벤처 기업인들은 코스닥을 죽이려는 세력의 출몰을 경계하며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단합하고 있다. 코스닥에서 한탕하면 손털겠다는 벤처인도 있다. 기술개발은 언제 하는지 궁금하다. 코스닥의 불길은 프리코스닥이라 할 수 있는 장외시장과 엔젤투자시장으로도 옮겨 붙어 일부에서는 「묻지마 엔젤투자」가 극성이다. 미국에서 기업간 상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발전한 인터넷이 이땅에선 개인들의 소일거리 충족으로 발전하는 것도 이상하다. 벤처와 인터넷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란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모든 자원과 기회를 벤처와 인터넷에만 걸고 있는 듯한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노름판 속어로「몰빵 사회」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은 본업보다는 남들이 하는 일확천금을 나도 해야겠다고 나선 「붕 뜬 사람들」이다. 「몰빵」이 대박을 터뜨리면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찌 감당할 「붕 뜬 사람들」은 어디로 떨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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