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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이야기] 뛰었다하면 못해도 3위… '대견'한 우등생


한국경마 사상 다승 10위 안에는 어떤 말들이 있을까요. 전설처럼 언급되지만 기록의 대부분이 소실된 '에이원'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는 43승의 '신세대'와 33승의 '새강자'에 이어 '대견'이라는 경주마가 29승을 기록하며 3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이들의 승수는 실로 놀라운 것입니다. 최근에는 경주마 보호와 최상의 컨디션 회복을 고려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참가한다고 해도 3년 동안 현역으로 뛰며 30경기를 뛰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입니다.

10세가 넘어서까지 주로에 나서며 대견한 기록을 세운 경주마 '대견'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캐나다산 부마 노던리젠트(Northern Regent)와 호주산 모마 로맨틱이브닝(Romantic Evening) 사이에서 지난 1989년에 태어난 520㎏의 갈색말 대견은 통산 49전 29승, 2위 10회, 3위 5회라는 기록을 가진 경주마계의 우등생이었습니다. 뛰었다 하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꾸준한 성적을 보여줬으니 얼마나 많은 경마팬의 사랑을 받았을지 짐작이 됩니다.

당시 경쟁하는 말들과 비슷한 수준의 경기력을 만들기 위해 핸디캡으로 무려 60~64㎏의 부담중량을 받아야 할 정도로 월등한 능력을 소유했던 대견은 6세 때인 1995년 그랑프리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부담중량 때문인지 여러 번의 부상으로 잦은 휴양과 복귀를 반복했고 심지어 마주의 개인적 사정으로 한동안 주로를 떠나있기도 해서 경마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죠. 그럴 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경주로에 돌아온 대견을 보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거세마였던 대견은 경주마로는 환갑이 넘은 12세까지 활약하다가 2001년 7월22일에 명예로운 은퇴식을 치르고 대구의 한 승마인에게 보내졌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 이후로 대견의 종적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경마 관계자들을 비롯해 신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수소문해봤으나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명마를 선정할 때 꼭 언급됨에도 불구하고 그의 최후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서 명마의 노후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대견, 그의 '견마지로(犬馬之勞)'에 보답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이 미안하기만 합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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