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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5월8일] '위대한 테레즈'


1902년 5월8일, 프랑스 파리. 테레즈 윔베르(Therese Humbert) 부인의 저택 주위에 1만여 명이 모여들었다. 1억 프랑의 유가증권이 있다는 금고가 개봉되는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막상 내용물은 벽돌 한 장과 동전 한 닢. 금고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이 줄줄이 망하고 대출시장도 얼어붙었다. 사기의 출발은 변호사 윔베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온 테레즈 오리냐크의 거짓말. 주인집 아들 프레드릭을 꼬시기 위해 테레즈는 자신을 대부호의 상속인으로 꾸몄다. 유산에 혹해 테레즈와 결혼한 프레드릭은 사치를 일삼다 거액의 빚을 지는 상황에 이른다. 마침 법무장관에 오른 시아버지 윔베르는 노발대발했지만 며느리 테레즈의 ‘실은 미국인 백만장자의 상속녀’라는 새로운 거짓말에 넘어갔다. 결정적 무기는 금고(金庫). 치안판사를 매수해 금고 안에 유산 1억 프랑이 있으며 유언장에 적힌 금고의 개봉시기가 20년 후라는 공증서를 확보한 뒤 담보로 활용해 여기저기서 돈을 당겨 썼다. 총 대출금 6,400만 프랑. 모자와 옷을 사는 데만 수만 프랑을 뿌린 그는 ‘위대한 테레즈’로 불리며 사교계의 환영을 받았다. 금고 개봉시기가 임박하자 테레즈는 피라미드식 연금사기까지 시도하다 집에 불을 내고 도망쳤다. 화재 이틀 뒤 금고가 개봉됐을 때야 사람들은 거짓과 거품의 합작인 사기를 깨달았다. 테레즈는 5년 간의 감옥살이 뒤에 미국으로 이주, 1918년 62세로 죽었다. 영화와 소설로도 소개됐던 테레즈의 사기행각은 은행 돈을 많이 쓸수록 망하지 않는다며 차입경영을 일삼는 악덕기업주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부동산 거품 진정과 대출시장 경색으로 고통 받는 주택 실수요자의 처지도 졸지에 대출이 막혔던 옛날과 닮았다. 시대가 변해도 탐욕과 계산의 오류는 여전하다. 선의의 피해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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