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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엔고시대 개막
입력1999-09-01 00:00:00
수정
1999.09.01 00:00:00
정상범 기자
일본 엔화가 국제금융시장의 중심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엔화는 1일 한때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9.36엔까지 급등, 지난 1월12일 이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엔화는 31일 뉴욕시장에서 109.04엔까지 치솟았다. 국제 금융계에선 엔화가 조만간 달러당 100엔대의 벽마저 깨뜨릴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제 투자자금의 급격한 재편은 물론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초래할 전망이다.
◇엔고의 배경과 파장: 엔고 시대의 개막은 무엇보다 경제대국인 일본과 미국의 경제 여건이 극명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반해 미 경제는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이 얼마전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도 오히려 미 경제의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엔 매입, 달러 매도의 물결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주식·채권시장이 불안정하다고 판단, 달러 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엔화로 전환하는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은 엔화 강세의 파장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간신히 회복세로 돌아선 일본 경제에 찬물을 끼얹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기업들은 벌써부터 대외경쟁력 악화를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휴버트 나이스 IMF(국제통화기금) 아·태담당국장은 1일 『엔화의 추가 상승은 일본경제 회복에 종지부를 찍게될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성장관도 일본의 경제 회복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일 경우 「강한 엔」을 수용하겠지만 경제가 자력회복 단계에 진입하기 이전의 때이른 평가 절상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불안해하는 편은 일본의 기업들이다. 일 기업들이 수출 채산을 맞출 수 있는 수준은 달러당 112엔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엔화가 10% 정도 평가절상될 경우 일본의 연간 경제성장률도 0.5% 정도 떨어지게 된다.
미국도 엔화 강세로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무역적자 해소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유례없는 활황세를 지탱해온 증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경기 연착륙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된다.
외국투자가들이 미 재무부 채권을 대량으로 투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나돌고 있다.
◇엔고 시대의 전망: 경제기조를 감안할 때 당분간 엔고의 기세는 좀체로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일본의 주력시장인 동남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데다 잔뜩 위축됐던 소비심리도 기지개를 켜는 등 각종 경제지표는 향후 경제전망에 청신호를 던지고 있다.
IMF는 1일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0.25%로 책정했으며 추가로 0.5%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정책당국자들이 거의 매일같이 『지나친 엔화 강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개입을 거듭 경고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다.
일본의 정책당국이 엔화 강세를 놓고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대장성은 수출경쟁력 회복을 내세워 시장 개입을 주장하는 반면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기업들이 엔고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현재의 엔화 강세 기조를 역전시키기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딜러들은 엔화가 당분간 110엔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조정국면을 지속하다 당국의 시장 개입이 미미할 경우 2∼3개월내에 100엔대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상범기자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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