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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풍족하지만 불행한 호모 이코노미쿠스

■호모 이코노미쿠스(다니엘 코엔 지음, 에쎄 펴냄)

자본주의 심장 미국 뉴욕과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패러디한 그림. /사진제공= 에쎄

"총생산 높은 국가라도 행복지수는 낮아… 이기주의 자제하는 '경제적 인간' 돼야"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번영을 일궈냈지만 가장 야만적인 사건이 많았던 시대로도 평가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ㆍ경제적 인간)적 가치가 각광받았던 시대였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태생적으로 이기적인 개인이다. 애덤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개인의 이기심이 전체로서 경제적 편익을 늘린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대부분 그렇게 작동해왔다. 하지만 피에르 부르디외는 그 부작용을 들어'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인류학의 괴물'이라고 악평하기도 했다.

이 책은 '호모 이코노미쿠스'에 대한 비판적 에세이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지금이야말로 개인행복과 사회발전의 상관관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경쟁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지난 200년간 호모 에티쿠스(윤리적 인간)나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를 모두 쫓아냈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이 높은 국가라 하더라도 자살률이 높고 가난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부자나라보다 높은 것만 봐도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행복하다'는 명제는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저자는 자본주의적 인간형이라고 못박는다. 그리고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이 인간 유형의 적절한 예로 로빈슨 크루소를 꼽는다. 황량한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매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재배한 작물을 다 소비하지 않고 축적해두는 로빈슨 크루소는 이해타산이 몸에 배어 있고 물질적 풍요를 욕망하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앞서 실천한 전범으로 널리 회자된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도 로빈슨 크루소다. 그동안 기업은 내부 경쟁을 강화했고, 글로벌 기업들은 해마다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남은 직원에게 승리감을 맛보게 했다는 것.

그러나 전 세계적 금융위기는 승승장구하던 호모 이코노미쿠스에게 일격을 가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물론 원자재 가격 상승, 자연재해, 전염병, 사이버테러 등의 위험 요인은 언제든 자본주의적 세계화로 연결된 전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대안은 뭘까. 경제학자 브루노 프레이가 제안한 두 종류의 재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인 부를 나타내는 외재적인 재산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풍요롭게하는 대상, 사랑, 건강, 정서적 안정을 나타내는 내재적 재산이다.

저자는 외재적 재산과 내재적 재산의 적절한 균형이야말로 행복한 인간을 만든다는 단순한사실을 전세계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지나친 이기주의를 자제하면서 경제적인 효율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경제적 인간이 21세기에 필요한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할 때다"

생산성의 근간이 육체적인 노동에서 창의력으로 대체되는 과도기적인 사회가 돼 가고 있는 현실도 새로운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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