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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사이트 업자 프로축구 승부조작 어떻게…

조폭연계 점조직 통해 선수들 매수<br>대포폰으로 접촉·사례는 현금으로<br>발 담근 선수들 빠지기 힘들어<br>프로 축구계 자정 계기 삼아야


"조직 폭력배로부터 500만원을 입금하라는 소리를 듣고 바로 통장에 입금했습니다. 아들에게 승부조작을 하라고 돈을 줬는데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26일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축구 승부조작 사건은 사실 축구계에서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창원지검은 지난 21일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브로커 2명을 구속한 데 이어 25일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선수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어 이날 2개 구단 10여명에 가까운 선수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가까스로 승부조작 공모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한 프로축구 선수의 아버지 A씨는 조직폭력배들의 승부조작 방법이 과거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폭들은 특정 선수를 매수한 뒤 팀 동료 선수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통장을 통해 돈을 보냈다. 선수들은 자기도 모르게 통장에 돈이 들어와 있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승부 조작에 가담하게 된다. A씨는 "승부가 예상한 대로 나지 않으면 바로 돈을 돌려줘야 했습니다. 대개는 처음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줘야 했죠."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 같은 방법은 계좌 추적을 염려해서인지 어느 사이엔가 현찰이 직접 오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승부 조작에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는 사실상 힘들다. 점조직 형태로 짜인 조폭은 물론 도박 사이트 업자까지 전국적으로 연계돼 조직적으로 조작에 나서기 때문이다. 대부분 업자들은 선수와 접촉할 때 통화를 추적할 수 없도록 '대포폰'을 사용하며 사례금도 현금으로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히 점조직으로 움직이고 경기가 자기들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돈을 돌려받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선수들 스스로 불법 도박 사이트에 거액의 베팅을 하는 경우가 많아 돈을 잃은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승부 조작에 자연스럽게 가담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프로축구 구단 관계자는 "1군 선수마저 스스로 불법 베팅 사이트에 거액의 돈을 베팅했다가 탕진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승부조작에 가담할 경우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물어내야 해 결과적으로 도박처럼 한번 빠지면 그걸로 끝나는 식이 된다"고 전했다. 스포츠 현장의 승부조작은 이번 프로축구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아마추어 축구 K-3리그(현 챌린저스리그)에서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구속되고 해당 팀이 해체됐다. 2009년 12월 초에는 e스포츠의 인기 프로게이머 A(24)씨가 브로커 B씨와 공모해 프로게이머 C씨를 매수하는 등 여러 차례 승부를 조작하다 검거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프로축구계는 물론 그동안 나름대로 자정 노력을 해왔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4월 2회에 걸쳐 스포츠토토와 연계해 연맹 등록 선수를 대상으로 불법 베팅 사이트의 문제점과 실태를 집중 교육했다. 올 시즌 개막에 앞서서는 '불법 베팅을 하다 적발될 경우 벌금 5,000만원 부과와 영구 제명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K-리그 전선수와 구단 직원들에게서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구단부터 철저한 조사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프로축구팀 감독은 "쉬쉬할 일이 아니다. 경각심을 심어주고 잘못한 선수들이 벌을 받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키워놓은 프로축구 자체가 전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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