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걸이로 두는 일본의 빅스리 기전의 경우에는 대국자의 피로가 극심하다. 따라서 한 대국과 다음 대국 사이에 일정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에 10일 정도의 사이를 두므로 7번기를 치르다 보면 계절이 바뀌곤 한다. 그러나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은 1인당 제한시간이 10분이므로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 제1국에 이어 바로 이튿날 제2국이 두어졌다. "어제 역전패를 당하고 일어서는 이창호 사범님의 얼굴을 보니까 당황한 기색이 분명하더군요."(이현욱6단) 이현욱은 오늘 사이버오로 생중계실의 해설을 맡았다. 그의 옆에는 안조영9단과 윤현석9단이 앉았고 그 뒤에 필자가 시인 박해진과 함께 앉았다. "이창호 사범이 먼저 결승에 올라가서 기다렸는데 결승 상대로 백홍석과 강동윤 둘 중에 누가 올라오기를 원하느냐고 누군가가 물었어요. 그랬더니 강동윤이 올라오는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나왔지요. 그런데 제1국을 보기 좋게 역전패해 버렸으니…. 지금 심정이 착잡할 겁니다.(안조영) 흑5로 굳히면 백은 당연히 하변을 선점하게 되는데 어느 지점까지 벌리느냐는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안조영은 참고도1의 백1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면 흑2 이하 14까지의 진행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흑13으로 3선에 벌린 것은 실리바둑으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참고도2의 흑1로 두고 백2로 다가올 때 흑3으로 두는 포석도 많이 등장하는데 이창호는 실전보의 흑13으로 두어놓고 강동윤더러 마음껏 포석 구상을 해보라고 선택의 권리를 넘겨주었다. 선택의 괴로움을 그대가 담당하라는 프로다운 작전이기도 하다. 강동윤은 거의 노타임으로 백14에 걸쳐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