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사망] 아라파트 누구인가

11일 사망한 아라파트(75)는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는 팔레스타인 해방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당위성을 알리는데 평생을 몸바쳤다. 1929년 이집트 카이로의 넉넉한 집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란 아라파트는 1948년 1차 중동전 참전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그는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를 키웠으며 대학에서는 학생동맹 결성, 서른살때인 1958년에는 대(對)이스라엘 무장단체인 ‘알 파타’를 창설한다. 그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3차 중동전쟁 직후인 1969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그는 잇단 항공기 납치 등 수십차례에 걸친 대(對)이스라엘 테러로 악명을 떨쳤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체포 위기에 몰릴 때마다 뛰어난 변장술로 위기를 넘겨 ‘중동의 오뚝이’, ‘9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1987년부터 기존의 강경노선에서 벗어나 협상전략으로 선회해 중동의 공생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1994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를 인정하는 협정을 체결해 중동평화 정착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정치기반인 알 파타의 반격에 시달렸으며, 2000년 중동평화협상이 결렬된 후 이스라엘에 의해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 갇혀 지내며 병마에 시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