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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법조계·천민자본 '씁쓸한 현실' 보는 듯

■ 한국사회 단면 비추는 영화 두 편 개봉

소수의견

나의 절친 악당들

● 소수의견

재개발 현장 살인사건 싸고 변호사·검사·판사 '두얼굴' 그려

● 나의 절친 악당들

막말 재벌·비굴한 관료 등 상대… 가난한 청춘들 뭉쳐 '한판싸움'


한국 사회의 단면을 거울처럼 비추는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재개발 현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국 법조계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수의견'과 천민자본주의에 지배된 한국사회를 풍자적으로 비튼 '나의 절친 악당들'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이 깊이 공감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볼지, 보기 싫은 현실에 도리어 눈을 돌릴지는 지켜볼 일이다.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법정 스릴러 <소수의견>='소수의견'은 재개발 보상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인명 참사로까지 이어졌던 2009년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영화의 초점은 재개발 현장을 둘러싼 주민·정부·기업 간의 격렬한 갈등이 아닌 한국 법조계의 리얼한 현실에 맞춰져 있었다. 영화는 시작부터 '실제 사건이 아니며 실존 인물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영화 속 변호사와 판검사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드라마와 영화 속 인물들보다 사실감이 넘친다.



영화는 의경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박재호(이경영 분)를 법의 가혹한 처벌에서 구하려는 변호사 윤진원(윤계상 분)에 대한 이야기다. 박재호 역시 공권력에 아들을 잃은 피해자라는 진실을 파헤치는 스릴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약자 대 강자'라는 단순한 틀로 이야기를 풀어가진 않는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빛과 어둠을 함께 가지고 있다. 박재호를 국가에 철저하게 짓밟힌 피해자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내심 대형 법무법인에 들어가고 싶었던 지방대 출신 윤진원 변호사를 정의감에 불탄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사건 조작을 하면서도 이것이 곧 국가를 위한 일임을 당당히 외치는 검찰의 모습과, 냉정하게 중립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이 법정의 주인은 '나'라는 오만함을 벗지 못한 판사는 어떠한가.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인물들을 보노라면 우리 사회의 현실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풍경이 보였으면 한다"는 감독의 의도는 꽤 성공적으로 달성된 듯하다. 24일 개봉.

◇한국 사회 풍자한 블랙코미디 <나의 절친 악당들>=재기발랄한 영화 제목과 류승범이라는 색깔 있는 배우의 조합을 보고 유쾌한 범죄 액션물을 상상했다면 그 예측은 조금 빗나갈 것 같다. 영화는 오히려 정형화된 풍자극에 가깝다. 겉은 말끔하지만 상스러운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천박한 재벌, 일 처리가 아주 한심한데다 윗사람에 비굴한 관료, 조금만 일이 잘 못되면 꼬리 자르기에 나서는 윗분들, 옳고 그름을 따져보지도 않고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영혼 없는' 직원 등 한국 사회의 여러 계급들이 극도로 희화화된 채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이 '악당'들의 상대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른바 '비루한 청춘'들이다. 고시원을 전전하며 겨우 인턴으로 취업했지만 아직 갚아야 할 빚이 넘치는 지누(류승범 분)와 재개발 철거 예정지에 홀로 사는 렉카차 운전사 나미(고준희 분), 가나 출신의 불법 이민자 야쿠부(샘 오취리 분)가 그들이다. 셋은 우연히 손에 쥐게 된 거액의 돈 가방에 욕심을 낸 대가로 가혹한 폭력과 인격적 모욕을 당하고,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더 나쁜 '악당'이 될 것을 결심한다.

가난한 청춘들이 세상 두려울 것 없이 살던 재벌과 정부관료들을 상대로 싸우고, 그들을 결국 우스꽝스럽고 비참한 최후에 몰아넣는다는 이야기는 판타지에 가까울지 몰라도 일말의 통쾌함을 남긴다. 다만 풍자를 통한 웃음이 조금 더 직설적이고 경쾌했어도 좋을 법했다. 난해한 웃음과 낯선 영화적 리듬 탓에 결말의 통쾌함이 다소 반감된 듯하다.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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