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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都農 직거래의 일석삼조 효과

서울 도곡동성당의 정민수 헨리코 신부는 해마다 8월 하순과 9월 초순께 잠시 세일즈맨으로 변신하고는 한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 과수농가의 복숭아와 포도 판촉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물론 무보수다. ‘농약을 안 쓴 친환경 과일입니다’ ‘시중판매가보다 훨씬 쌉니다’ ‘물건이 너무 좋아 금방 품절될 것 같으니 서두르셔야 될 겁니다’…. 주일미사 후 이어지는 그의 서툰 호객소리는 웃음을 자아낸다. 그렇게 해서 감곡의 과수농가는 보름 전 300상자의 복숭아를 이 성당에서 팔았다. 오전7시에 도착한 물건은 쌓아놓기 무섭게 순식간에 동이 났다. 사제의 마케팅활동 덕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값에 팔았기 때문이다. 질 좋은 상품, 그리고 도농(都農)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로 가격을 낮춘 효율적인 유통구조가 판매 즉시 품절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복숭아값은 인근 대형 마트에서 파는 똑같은 제품보다 상자당 7,000~8,000원 정도 쌌다. 농가들은 판매액의 일부를 독거노인, 소년ㆍ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성당의 봉사모임인 사회복지회에 기부했다. 그래도 중간상들을 통한 기존 판매 방식보다 수입이 더 좋았다는 게 농가의 설명이다. 이 과일 판매 행사는 생산자는 보다 비싼 값에 팔고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품질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해 서로 이익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인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생산자ㆍ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불우이웃돕기로까지 이어졌다. 행사 소식을 접한 인근 대형 마트들이 재고를 우려해 행사가격 수준으로 할인판매를 했고 결과적으로 이들 매장에서 복숭아를 산 소비자들도 덩달아 이익을 보는 가외의 효과도 나타났다. ‘윈윈’ 정도가 아니라 ‘윈윈윈’의 성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가속화로 농업의 피해와 이에 대응한 경쟁력 제고가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성당의 복숭아 판매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농업은 여러 취약점을 안고 있다. 규모의 경제도 아니며 기술ㆍ자본 측면에서도 뒤지고 농산물값도 비싼 편이다. 값이 비싼 것은 후진적 유통구조의 탓도 크다. 예컨대 한우의 경우 소비자들이 사먹는 값은 아주 비싸지만 우리 축산농가들의 사정은 늘 어렵다. 과일ㆍ마늘 등 다른 작물의 사정도 비슷하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복잡한 경로를 거치는 유통구조로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치러도 정작 농가에 돌아가는 것은 별로 없는 것이다. 따라서 농축산물의 유통시스템만 개선돼도 농업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지고 농가의 형편도 펴질 수 있다. 정부가 경지면적의 규모화ㆍ기계화ㆍ품질고급화 등 다양한 농업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유통구조 혁신 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인 느낌이다. 규모화는 주요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우리 국토 여건과 농업 특성 등을 감안할 때 한계가 있다. 품질고급화, 기술ㆍ자본집약적 시설농업 육성 등도 유통구조가 낙후돼 있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유통구조 혁신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그것의 유효한 수단 중의 하나가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다. 도농 간 직거래는 오래전부터 시민단체와 종교시설ㆍ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이뤄져왔다. 그러나 소규모인데다 산발적이고 일과성 이벤트 성격을 띠고 있어 활성화와는 아직 거리가 있는 상태다. 정확한 수요 파악이 어렵다는 점 등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도농 간 직거래의 확산을 위해서는 체계화ㆍ상설화ㆍ규모화 등이 필요하다. 예컨대 농협 등 전국망을 가진 곳이 중심이 돼 생산자와 지자체, 대기업ㆍ아파트ㆍ종교단체 등 다중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수요 파악 및 적기 공급 체제 등을 구축하는 것이 한 방안일 수 있다. 도농 간 직거래가 늘어날수록 농가와 소비자의 이익은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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