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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우려 대기업 총수 가석방 검토, 최태원 SK 회장 0순위

당정 “재벌 총수 풀려나면 투자확대와 고용창출 나서지 않겠나”

‘땅콩 회항’으로 재벌특권 논란확산, 특사보다는 가석방으로 수위 조절

당정이 내년 2월 중·하순 대기업 총수 등 일부 비리 기업인의 가석방을 검토하는 것은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여권에서 크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기업인의 사기를 살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정은 2012년 8월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올해 초 집행유예로 풀려나 최근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삼성그룹과 2조 원 규모의 계열사 인수,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합병,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현장 방문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펴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풀려나는 기업인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창출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이어 기업인 출신인 김무성 대표가 기업인 사면 또는 가석방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청와대와 정부가 대기업들에 투자하라고 독촉하지만 총수의 결단이 없으면 쉽지 않다”는 현실인식이 깔렸다.

하지만 최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논란에 따른 반재벌 정서 확산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특별사면보다는 법무부장관이 판단하는 가석방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석방은 징역이나 금고형 중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복역한 경우 조건부로 석방하는 제도로 형벌권이 전부 또는 일부 소멸되는 사면과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은 엄격하게 제한된 범위에서 행사할 것”이라고 공약한 뒤 현 정부 들어 지난 1월 생계형 범죄자에 대한 설 특사만 한 차례 단행했을 뿐이다.



30대 그룹 중 형량이 확정됐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오너 12명 중 가석방 대상으로는 우선 최태원 SK 회장이 꼽힌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말 법정구속돼 대법원에서 확정된 징역 4년의 절반 가까이를 채웠다. 재벌 총수 중 최장수 복역기록으로 가석방 요건도 이미 넘겼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작년 보수 301억원을 사회에 환원한데 이어 감옥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차녀 민정 씨는 재벌가에서는 이례적으로 해군 장교로 지원해 호평을 받았다. SK그룹은 청와대가 역점을 두는 지역창조경제 거점 중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맡아 벤처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SK그룹은 최근 유가급락으로 SK이노베이션이 적자상태에 빠지는 등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투자가 정체돼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영어의 몸이다 보니 비상경영 체제에도 불구하고 투자 결정 등에 지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재원 SK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엔설팅 고문 등도 형이 확정된 상태라 형기의 3분의 1을 채웠다면 가석방 대상으로 분류되나 죄질에 따라 선별적으로 가석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구속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내년 초 가석방 대상이 아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감옥보다는 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고등법원에서 3년6개월 실형을 받고 내년 2월께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뒤 특사로 풀려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CJ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고법 파기환송심을 끌어 내 내년 5월께 고법에서 집행유예로 풀려 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나 윤석금 전 웅진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나 구속기소된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등은 재판을 받고 있어 역시 가석방 대상이 아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면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상이 되는 일부 기업인이라도 가석방이 이뤄지면 투자의욕 고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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