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은 오는 3월 국가주석으로 취임하는 시 총서기의 대북 정책을 시험대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만큼 중국 지도부로서도 그냥 두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앞두고 전례 없이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혈맹관계가 금이 간다고 해도 북한의 핵무장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23일 박근혜 당선인 특사와의 면담에서 시 총서기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방지가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필수조건"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을 압박한데 이어 지재룡 북한 대사를 통해 여러 차례 핵실험 중단을 요구했다. 또 해관을 통한 수출입품목 검색 강화, 베이징내 북한 은행 지점 계좌의 동결 조치 등을 외신을 통해 흘리며 북한에 경제적 압박도 가했다.
시 총서기 입장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안으로는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에 휩싸이고 밖으로는 미국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책에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어르고 달래는 수준에서 그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5일 사설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원조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핵 실험에 압박을 가했지만 정작 숨통을 막을 수 있는 식량원조, 석유공급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동안 중국은 북한에 연간 식량 30만∼40만톤, 원유 50만톤을 무상으로 공급했다. 가장 효과적인 북한에 대한 압박카드지만 최후의 카드는 남겨 놓은 셈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에 동참하며 등을 돌리는 상황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번 핵실험이 북한이 중국에 예속되지 않고 자주적이고 대등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줘 향후 미국과의 접촉에서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 받겠다는 의지라고 해도 중국 입장에서 북한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내 한반도 전문가인 장렌구이 중앙당교 국제정치할 교수는 지난 8일 환구시보 사설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알려 협상을 하기 위한 마지막 조치일 것"이라며 "(협상을 하고자 하는)북한의 속내를 파악해야지 중미 대결로 확대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한ㆍ미ㆍ일을 중심으로 한 유엔 제재안에 찬성할지도 미지수다. 중국이 이번에도 대북 제재안에 반대할 경우 지난 1월 로켓발사 제재 결의 때처럼 결의안 채택에 장기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9년 2차 핵실험 당시 안보리는 18일만에 제재 결의를 채택했으며 지난 1월 로켓발사 제재 때에는 40여일이 걸렸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만류에도 강행한 핵실험은 시진핑 체제에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됐다"며 "하지만 체면을 구겼다고 해서 북중 관계에 금이 갈 것이란 예측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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