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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사진) 현대카드 사장이 보험 시장에서도 또 한 번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정 사장이 상품 출시 전 과정을 진두 지휘한 야심작인 '현대라이프 ZERO'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어렵고 딱딱하기만 한 보험상품에 단순하고 고객 지향적 철학을 입힌 현대라이프ZERO가 내년에 선보인다. 보험업계는 후발주자였던 현대카드와 캐피탈을 반석 위해 올려 놓은 정 사장의 감각이 보험 시장에도 바람을 일으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태영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은 27일 서울 명동 조선호텔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보험 후발 주자로서 기존 보험사와는 다른 이해하기 쉽고 핵심적인 보장에 천착한 보험 상품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보험회사가 간과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며 "그 결과 보험 개발이 어려워도 보험 상품이 어려워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현대라이프ZERO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하면서도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로 업계 선두로 도약한 현대카드 사례를 본받아 보험에도 이런 콘셉트를 원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의장은 현대라이프ZERO의 특징으로 ▦단순명료(Simple) ▦핵심적(Focused) ▦규격화(In-Box)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보험내용과 보험금 지급조건이 쉬우면서도 보장기간 중 보험료 인상이 없고(Simple), 특약 등 군더더기 대신 고객이 직접 필요한 보장과 기간을 선택하고(Focused), 성별과 나이가 같으면 동일한 보장과 보험료를 적용(In-Box)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라이프 '정기보험120'의 경우 35세 성인남자가 1억원에 20년 보장을 받으려면 월 2만9,000원에 가입이 가능하지만 다른 종신보험 상품은 비슷한 보장을 받으려면 18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그만큼 잔가지를 쳐 핵심만 보장한다는 뜻이다. 정 의장은 향후 현대라이프 경영의 큰 그림도 공개했다.
외형 불리기 전략을 지양하고 보장성 보험부터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나가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현대'라는 브랜드에 집착하기보다는 내실지향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복안인 셈. 그는 "저금리 리스크 때문에 역마진 위험이 큰 저축성 보험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당분간 보장성 보험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과 관련해서도 "카드와 캐피탈에서 쌓은 경험을 접목시켜나가겠다"며 "저축성보험 진출은 그 다음에나 생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혈 경쟁에 치우치기 쉬운 타사 설계사 빼오기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런 맥락에서 대졸 예정자로 구성된 젊은 설계사 조직을 키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정 의장과 함께 현대라이프를 이끌고 있는 최진환 대표도 "정기, 암, 5대 성인병, 어린이 보험 등 4개 핵심 상품에 전력을 쏟겠다"며 "설계사와 다이렉트(www.zero.co.kr), TM 등 3개 채널을 풀가동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분간 저축성 보험은 출시하지 않는 만큼 자산 규모 등에서 생보업계 몇 위를 하겠다는 야망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보장성 보험상품 판매에 집중해 신규 고객 수만큼은 향후 5년 내 교보생명이나 한화생명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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