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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노조 이익 챙기기… 고객은 뒷전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은행 영업시간<br>"9시30분~16시30분 원상복귀"<br>성과지향 문화 겨냥 포석 나서


은행 영업시간이 30분 앞당겨진 지 3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노조가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올해 단체협약의 핵심 안건으로 '은행 영업시간의 원상복귀(9시30분~16시30분)'를 내걸은 것이다. 노조가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은행원의 노동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09년 4월 9시30분~16시30분이었던 영업시간을 9시~16시로 30분 앞당기는 고육책을 단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퇴근시간은 변함없고 직원들의 초과근무만 많아졌다는 불만이 녹아 있다.

하지만 경영진이 노조 측의 주장에 얼마나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큰 부작용이 없었던 터라 3년 만에 다시 바꾸는 데 따른 여론 부담이 적지 않다. 게다가 노조가 영업시간 환원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성과지향 문화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사측도 영업시간 원상 복귀안을 임금협상 등에 있어 운신의 폭을 넓히는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은행 영업시간, 원래대로 30분 늦춰지나=올해 단체협상에서 영업시간 원상복귀를 관철시키겠다는 노조의 입장은 확고하다. 사측이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면서 내건 조건, 이를테면 '저녁 7시가 되면 컴퓨터 전원을 끈다' 등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업시간 원상복귀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유주선 금노 부위원장은 "영업점마다 전산화를 명분으로 사람 수는 줄고 근무 시간만 늘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며 "초과근무만 늘리는 꼴이 돼버린 영업 시간을 원상복귀하기 위해 단협 협상에서 핵심 안건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노조는 지난해에도 이 안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사측에서 임협에서 다룰 의제로는 적절하지 않다며 미온적인 태도로 임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노조는 2년에 한 번 있는 이번 단협에서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로드맵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연구원과 5,000명의 은행원을 대상으로 영업시간 원상 복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 결과를 4월 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실시 중이다. 관련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유 부위원장은 "4월부터 원상복귀와 관련한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과문화'를 겨냥한 포석이지만 고객은 뒷전=엄밀히 보면 영업시간이 30분 늦춰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노조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이유는 바로 성과 제일주의 문화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업시간 조정으로 초과근무 실태를 알리고 실제 근무시간도 줄이겠다는 게 노조의 의도이다.

그동안 출근 시간이 당겨지면서 일부 행원들이 육아 문제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다소 지엽적인 문제도 해결할 길도 열린다.

하지만 노조가 너무 편의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부담이다. 실제로 금노는 단협에서 영업시간과 관련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기업별 노조에서 영업시간을 탄력 조정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사측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고객 편의성은 뒷전이 될 소지가 농후하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을 핑계로 은행이 너무 일찍 문을 닫는 경향이 짙다"며 "노사 논의에서도 고객 서비스 차원의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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