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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9월 26일] 영혼을 갉아 먹는 험담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집에는 언제나 정치가ㆍ문학가ㆍ군인ㆍ실업가 등 괴테의 문학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가끔 어떤 사람은 그곳에서 남의 흉을 보거나 음담패설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면 괴테는 정색을 하고 "여러분이 종이 부스러기나 음식 부스러기를 흘리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남의 험담을 흘리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 더러운 말은 주워가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그런 더러운 말을 저희 집에 가져오지 마십시오. 험담을 하는 것은 공기를 더럽히는 것입니다"하고 엄하게 꾸짖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 공격 빈번 우리나라에서 흔히 하는 말로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 말이 있다. 친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남의 말 한두 마디쯤 하게 된다. 특히 영화배우나 가수 등 유명 인사나 권력자 또는 정치인을 욕하는 것은 일상화되고 그 버릇과 모양 그대로 상사나 동료를 욕한다. 물론 건전한 비판은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기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지금 일상화한 수준은 결코 건전하지도,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것도 아니다. 감정적이고 천박하고 자기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인터넷의 경악할 전파 속성과 공공성에 힘입어 험담이 가공할 파괴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온 세상 사람이 다 보고 듣는 백주 대낮의 큰길 한가운데서 벌거벗은 채 온갖 상상 가능한 추악한 말들을 입 밖에 내면서 자기 느낌으로는 이를 실감하지 못한 채 아무도 없는 깊은 밤에 자기 방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간이 어른들이 뭔지도 잘 모르고 적응도 잘 못하는 동안 소위 '초딩'이라고 불리는 초등학생들과 그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독점공간으로 점령되고 무절제한 자유와 방종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이를 다시 정치인들이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집단 공격과 인격 살해 등을 마구잡이로 저질러도 되는 무법한 사각지대로 변질된 것이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많은 연예인이 인터넷 악플에 시달려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잊을 만하면 들려오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귀한 인생을 잃어버리는 것도 안타깝지만 더욱 끔찍한 일은 이 일에 동참한 수많은 아이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칼로 죽이거나 혀로 죽이거나 결국 살인을 한 것이고 혼자서 죽이거나 여러명이 죽이거나 결국 그 중 한 명으로 그를 찔러서 죽게 한 공범이 된 것이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인터넷 여론공간을 지배하는 우리의 어린아이들을 마약과 같은 인터넷 중독과 거짓말로 남을 아프게 하면서 느끼는 악마적인 쾌감으로부터 서둘러 탈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건전한 비판의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런 일을 게을리하고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알려주는 우화가 있다. 건전한 비판의 방법 가르쳐야 어느 한 아이가 친구 집에 갔다가 작은 장난감 하나를 훔쳐오자 아이를 너무 사랑한다고 착각한 엄마가 잘했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그렇게 도둑질을 시작한 아이가 커서 큰 도둑이 돼 감옥에 갇혔다. 면회 온 어머니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다가간 아들은 어머니의 귀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깜짝 놀란 어머니가 아들을 비난하자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때 어머니가 나를 나무랐더라면 제가 이런 도둑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사람을 죽이는 험담에 동참하는 아이들에게 귀를 물어뜯기지 않으려면 이 일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달아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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