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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서 사장까지… 기업, 독서·인문학에 빠지다

애경 '책선물 릴레이' 대우인터 독서토론회 코트라 문화동아리…<br>직원간 소통·친목도모에 고객·바이어와 만날 때면 대화거리 풍성… 영업 술술




애경산업은 연간 1억원을 임직원 책 구입에 쓴다. 직원들의 독서 장려를 위한 부서도 따로 만들어 1년에 두 번 독서왕을 뽑아 포상한다. 매달 세 번 동료에게 책을 선물하는 '독서릴레이'도 진행한다. 매년 두 번씩 외부강사 초청강의도 하고 매해 직원들의 독후감을 모아 책으로도 발간한다. 독서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주니어보드의 곽대환 의장은 "독서경영의 가장 큰 성과는 회사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공유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라며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소통이 진정성 있는 성과를 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 독서ㆍ인문학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임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학원비를 지원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전사적으로 독서ㆍ인문학 붐을 일으키려는 노력을 경주한다. 기업들이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좋은 책을 같이 읽고 감상을 나누는 것이 직원들 간의 친목도모는 물론 사내 의사소통, 나아가 고객과의 소통에도 기여한다는 점이다. 영업현장에서 고객이나 바이어를 대할 때 다양한 대화거리가 되고 간접 경험을 통해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로 소통하자" 책 권하는 회사들=아시아나IDT는 '인문학을 통한 사내 소통'을 모토로 대표이사가 임직원과 신입사원에게 책을 선물하고 있다. 책을 다 읽은 직원이 다음 선물 받을 사람을 지정하면 회사가 책을 구입해 전달한다. 직원들은 사내 게시판에 독서 후기를 올리고 댓글을 통해 동료들과 의견도 나눈다. '독서릴레이'를 통해 책을 선물 받았던 한 직원은 "바쁜 직장 생활 중에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 좋고 현장사무소처럼 멀리 있는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좋은 책을 선물하면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매달 경영기획총괄 조청명 전무 주도로 직급별 독서토론회를 진행한다. 주로 경제ㆍ경영과 인문학을 중심으로 책을 한 권씩 정하면 한 달 뒤 모여 토론회를 진행한다. 모임에 참가한 한 직원은 "독서토론회에서 여러 직원의 서평을 들으면 한꺼번에 많은 책을 읽은 효과가 생기고 치열한 토론으로 건전한 비판의식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한국GM은 '책 선물 릴레이'를 지난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아예 '독서경영만큼은 전세계 최고가 되자'라는 모토로 집중 지원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올해 기업 독서경영 우수사례로 선정돼 2013서울국제도서전의 독서진흥 세미나에 기업대표로 참석해 독서경영 7년의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독서바람은 취업 준비생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ㆍ동양기전ㆍ애경 등 상당수 기업이 이미 독서면접을 입사전형에 포함시켜 실시하고 있고 이런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하반기 공채부터 독서토론형 면접을 적용한 국민은행 인사담당자는 "좋은 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주로 사람을 대하는 은행업무에 더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시험 점수는 공부해서 높일 수 있지만 인문학적 소양과 인성은 쉽게 개발되는 부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독서토론 면접에서 구체적인 책 내용보다는 우리 경제금융에 적용하고 자신의 역량에 대해 표현하는 과정을 본다. 국민은행은 독서토론을 통해 선출된 직원이 계량적인 결과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인문학 사내강좌ㆍ동아리 활성화ㆍ전자도서관 서비스까지=KOTRA '세계문화동아리'는 자생적인 모임이 전사적으로 확산된 케이스. 사내 임직원 소모임으로 시작해 올해 13년째를 맞은 이 동아리는 사내에 186명, 사외에 1,91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KOTRA 직원이 국내외를 다 합쳐도 8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규모다.



초창기에는 해외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임직원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이었지만 이제는 외부강사의 초청강연과 국내 문화답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간 초청된 외부 강사로는 대학교수ㆍ방송작가ㆍ외교관ㆍ화가ㆍ작가 등으로 인문ㆍ역사ㆍ문화ㆍ비즈니스 등 폭넓은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문화답사는 평소 갈 기회가 적은 지방과 지역 문화재, 엑스포 등으로 해마다 이뤄진다. 현재 동아리 간사를 맡고 있는 지식서비스사업단 채병수 대리는 "KOTRA의 해외 근무자를 강사로 초빙해 생생한 해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매력"이라며 "2,000명에 달하는 외부 회원들에게 KOTRA의 지식을 나눌 수 있어 사회공헌(CSR)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현대ㆍ기아차그룹도 양재동 사옥에 그룹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고 분기별로 작가나 유명연사를 초청해 비전 특강을 진행한다. 그런가 하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사내 방송이나 스마트폰 전자도서관 서비스를 통한 인문학 지원도 활발하다.

SK네트웍스는 자체 사내방송의 다양한 인문학 강좌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삼국지를 통해 보는 위기대응법' '미술로 창의력 업그레이드' '인문학과 通하다! 경영, 인문학에 길을 묻다' '명화에서 배우는 창의성' '대중문화 속 소통이야기' 등 재미 있는 인문학강좌가 수두룩하게 진행됐다. 또 전자책서비스업체와 연계해 스마트폰을 통해 무료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서통신교육과정'을 개설해 업무 및 인문ㆍ교양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책이 일자리다" 정부도 적극 지원=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책이 일자리다'라는 구호 아래 '독서면접 매뉴얼 개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채용과정에 독서능력 테스트 과정을 포함시켜 창의적이고 기획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게 하자는 취지다.

이재호 원장은 "독서면접이 기업에는 스펙 위주의 채용을 벗어날 수 있고 출판 업계는 독서 인구가 늘어나 불황을 타계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이라며 "현재 SK이노베이션이나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참여 업체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지방자치단체ㆍ도서관ㆍ학교 등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6,700여개의 행사를 개최한다. 지역별로 '책 읽는 학교, 책 읽는 직장, 책 읽는 마을(서울 성북)' '보수동 책방 골목 책의 소리를 듣자(부산 중구)' '찾아가는 북콘서트 책 마실 가자(경기 화성)' 등의 다양한 독서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도서관ㆍ출판ㆍ독서 관계자 3,000여명이 참여하는 제50회 전국도서관대회가 10월23일 제주에서 개최되며 파주 북소리(9월28일~10월6일, 파주출판도시 일원), 와우북페스티벌(9월18~23일, 마포 홍대주차장 주변) 등 대형 행사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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