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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2월 2일]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최근 발생한 용산철거민 참사는 한국 정치의 무책임성과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어이없는 참사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철거민, 혹은 정부와 여당 간에 서로의 잘못만 강조하는 책임 떠넘기기 경기(blame game)가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책임자 처벌"이나 "진상규명 우선" 주장도 '네 탓'만 따지는 갑론을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생명을 잃은 6명의 고혼을 위로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반성이나 근원적 성찰은 보이지 않고 '새총의 위력'이나 따지는 3류 수사극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용산참사 원인은'폭력의 정치' 문제의 핵심은 발화(發火)의 시점이나 주체가 아니다.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물리력에 의존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폭력의 정치'에 있다. 무엇보다 경찰은 철거민들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농성을 시작한 지 수시간 만에 경찰이 출동한 것이나 실질적인 폭력이 행사되기도 전에 테러진압부대를 투입한 것은 물리력에 의존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폭력의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개발업체가 고용한 용역업체와 공모한 것도 공정한 공권력 행사와 거리가 멀다. 국가권력은 사회적 약자인 국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물리력의 독점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국가권력이 가진 자의 편에서 그들이 고용한 용역업체와 결탁해 진압작전을 편 것은 공권력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경찰은 철거민을 위해서나 경찰 스스로를 위해서도 최소한의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농성건물 주변에 매트리스조차 깔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험천만인 망루로 무리하게 경찰을 투입했고 경찰을 포함한 철거민 6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철거민의 농성이 불법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명백하게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토록 위험한 진압작전을 편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농성 철거민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폭력에 의존하는 것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 핵무기의 전송을 막기 위해 철도길에 쇠사슬로 몸을 묶는 것과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화염병을 준비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자신이든 타인이든 그 생명을 요구하는 일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철거민의 생존권이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생명을 내놓거나 요구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그 어떤 생존권도 인간의 생명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물론 철거민의 입장에서 화염병은 위협용이고 방어용이라 할 수 있다. 아마 그들은 그런 목적으로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나 용업업체 직원들이 진압하기 위해 달려든다면 그 화염병이 '적들'을 향해 투척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아무리 착한 인간도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극단적 행동을 할 수 있다. '비폭력저항' 상징간디그리워 진압에 투입될 전투경찰들은 아마도 이제 막 군대간 자식의 친구일 수도 있고 먼 친척집 귀한 아들일 수 있다. 철거민들이 위협용으로 내던진 화염병이 바로 그 아들 친구의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않는가. 시뻘건 화염을 내뿜으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염병을 응시할 때 헬멧에 숨겨진 그들의 얼굴이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을까. 폭력은 폭력을 낳고 가해자에 대한 적의와 피해자의 분노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여만 간다. 시민이 폭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경찰의 폭력이 정당화되지 않듯이 경찰이 폭력적이라고 해서 시민의 폭력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진정한 저항과 투쟁은 권력과 자본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폭력과 테러가 난무하는 시대 비폭력저항을 외쳤던 간디의 음성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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