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숭배 관념을 생산력을 우선하는 관념으로 바꿔야 합니다. 8%대의 성장으로 돌아가기는 힘듭니다. 거품 없는 7% 성장이 훨씬 튼튼하고 지속 가능합니다."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가장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석학 중 한명인 청쓰웨이 국제금융포럼(IFF) 의장 겸 중국과학원대학원 관리학원 원장은 중국이 GDP 성장률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8%, 7%는 단순한 수치일 뿐 중국 경제의 미래를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지난 2007년 중국 증시의 거품을 경고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던 청 의장을 지난달 25일 베이징 중관촌 중국과학원에 위치한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청 의장은 중국의 성장전략 전환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내수소비 주도형 시장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과잉생산, 지방정부 채무 증가 등의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성장률 하락은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용경색 현상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자금운용의 미스매칭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진단하며 유동성 공급이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의 광의통화(M2) 보유량이 GDP의 2배에 육박하는데도 유동성 부족이 나타난 것은 금융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며 "유동성이 부족해도 중앙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청 의장은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동북아 경제블록이 구성될 것이며 비핵화를 전제한다면 북한도 결국 여기에 편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와 중국의 성장둔화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상황을 진단하신다면.
▲중국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경제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수요의 감소와 선진국의 중국 투자자금 회수가, 내부적으로는 지나치게 수출과 투자에 의지해온 경제구조가 원인입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도 원인 제공을 했습니다. 선진국이 자금을 풀게 되면 신흥국은 통화팽창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도 선진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GDP 성장률 하락은 감내해야 합니다.
-중국이 올해 목표한 성장률(7.5%) 달성은 어렵다고 보십니까.
▲중국이 스스로 경제구조를 외부환경에서 내부환경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경제발전 속도를 낮추는 것이 불가피 합니다. GDP 성장률이 8%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은 이미 7%의 중속 성장국가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제가 이전에도 강조했던 것처럼 거품이 낀 9%의 경제성장보다는 거품 없는 담백한 7%의 경제성장이 더 튼튼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듭니다.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주도형으로 성장모델을 전환해야 한다는 말씀이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성장모델을 전환해야 합니다. 우선 투자와 수출에 의존했던 경제를 내수소비형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민들의 구매력을 높여야 합니다. 당연히 소득이 올라가야겠죠. 또 소비력을 높이기 위해 사회보장 체제를 확립하고 신상품을 개발해 소비를 자극해야 합니다. 다음은 확장형 경제에서 내실형 경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공장투자 등에 의한 확장형 경제는 GDP 규모를 늘릴 수는 있지만 개인 생산력 향상을 통한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떨어집니다. 내실 있게 노동생산력을 높여 소득이 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합리적 분배도 당연히 뒤따라야겠죠. 마지막으로 성장의 동력을 내부에서 찾아야 합니다. 정부의 특혜정책, 외자와 은행 대출에 기대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시진핑ㆍ리커창 체제 10년의 경제운용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개인적 견해로는 재임 첫 5년은 여러 기관의 기강을 다잡고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힘든 5년이 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다음 5년은 다를 것입니다. 첫 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국유기업 구조조정과 지방정부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국유기업 개혁과 지방정부 채무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현재 중국 경제의 각 분야는 국유기업의 이익이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유기업의 이익은 전체적으로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지방정부 채무는 다릅니다. 지방정부가 빌린 돈이 각 지방 국유기업의 생산에 투입된 것이 아니라 성 정부 건물 건설 등에 사용됐습니다. 최근 심사통계서의 보고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3분의1 정도는 채무 상환능력이 없다고 합니다. 향후 중국 경제에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중 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중국은 최근 역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중국 간 '10+1'을 넘어 한국ㆍ일본을 포함한 '10+3' FTA가 중국의 기본적인 역내 FTA 전략입니다. 현 정치형국과 우익화 경향으로 일본과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만 한중은 최근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관계가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양국의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끊임없는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겠지만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FTA 협상은 한 발 더 나아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중 FTA로 동북아 경제블록이 형성될 경우 북한의 개방을 더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중국이 독립주권국가(북한)에 막무가내식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중국은 개방정책을 북한이 배울 수 있게 보여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을 고립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북한도 중국이 강조하는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북한도 동북아 경제블록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제조대국을 넘어 금융강국으로 가기 위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위안화가 국제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할까요.
▲위안화 국제화는 우선 세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첫 번째로 주변 국가에서 유통이 가능해야 합니다. 제가 듣기에 한국에서는 드물게 위안화가 통용된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 단계는 무역결산화폐로 통용돼야 합니다. 인민은행이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과 스와프를 맺는 것도 이 때문이죠. 마지막 단계는 투자화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위안화가 결제화폐로, 투자화폐로 통용이 돼야겠죠.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는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100% 통용 가능하다는 조건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야 합니다. 중국 내 통화정책도 안정적으로 운영돼야겠죠. 물론 조만간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기축통화화는 위안화가 비축통화로 자리잡을 때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10년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청쓰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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