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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라크 비극의 책임

[기자의 눈] 이라크 비극의 책임 송영규 기자 skong@sed.co.kr 이라크가 통제불능의 내전상태에 빠졌다. 지난 23일 바그다드의 시아파 주거지에서 자살 폭탄과 박격포 공격으로 200명 이상이 죽은 후 '피의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이후 사망자만 벌써 100여명이 넘는 등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별로 친하지 않은' 이웃나라인 이란이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라크와는 8년 전쟁을 치렀고 미국과도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 정부와 대통령이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라크 분열이 이란으로 도미노식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라크연구그룹(ISG)도 미국 정부에 사태해결을 위해 시리아와 이란 등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이라크 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라크를 내전으로 몰고 간 장본인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 탓'은 아무도 없고 모두 '네 탓'만 하고 있다. 이라크를 무정부 상태로 몰고 간 주인공인 미국은 "내전 상황이 아니다"며 사실 축소에 급급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라크전의 구실인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 실패까지 인정하게 된다면 '국제경찰'이라는 미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내부에서도 이 '비극'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백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정세 불안은 정치인들 탓"이라고 강변했고 수니파와 시아파 종교 지도자들도 서로에게 내전의 비극을 탓하고 있다. 모두가 발뺌하는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27일 하루 동안에만 벌써 10여명 이상이 AK소총과 박격포탄의 희생양이 됐다. 사태를 그대로 방치해뒀다가는 연내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모두가 '네 탓'만 하고, 모두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면 나라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이라크는 보여주고 있다. 입력시간 : 2006/11/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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