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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왕이 된 남자



■영화 ‘사도’로 3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배우 송강호

송강호(48)가 영조라니. 쉽게 연상되는 조합은 아니다. 그럴 것이 그는 언제나 느닷없는 운명의 장난이나 가혹한 환경에 휘둘려 고군분투하는 우리 소시민들을 대변해왔으니까. 지난 20년간 제도권 내 주류 세력과는 서 있는 자리부터 다른 인물들을 주로 연기하며, 비슷한 삶을 사는 수많은 관객의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데 특별한 재능을 보이던 배우.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그 제도의 정점에 선 ‘왕’이 되었다고 한다.

“배우 입장에서는 일종의 자기 틀 같은 것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를 언제나 바라죠. 이번 작품이 내가 왕을 해보지 않아서,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연기해보지 않아서 선택한 건 아닌데, 의외의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나쁘진 않네요.”

송강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내심 걱정도 됐다. 심지어 그의 왕은 무려 52년간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조선 최고의 황금기를 구사했던 영조다. 도저히 이미지가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금세 생각이 바뀌었다. 언제나 우리를 대변했던 배우였기에, 영조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명의 인간, 한 사람의 아버지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그려낼 수 있었겠다는 늦은 깨달음이 뒤따랐다.

“제가 영조 역할을 해서 두둔하는 게 아니라 참 외로웠던 왕이었구나, 라는 연민이 많이 생겼어요. 권력의 최정점에 있기에 더 외로웠겠구나. 왜냐면 아무도 직언을 할 수 없고 아무도 자기를 제어해주지 않잖아요. 거기다 태생적 콤플렉스와 형을 죽였다는 독살설 등 재위 기간 내내 어마어마한 내적 시련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아마 아들 사도만큼은 그 고통을 받지 않고 제대로 된, 정통성을 가진 왕이 되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송강호의 이 같은 해석은 남다른 영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게끔 돕는다. 70세 왕을 연기하며 온통 쉰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갈라진 논바닥 같은 심리를 표현하는데 기름지고 깔끔한 느낌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목을 좀 혹사했죠. 제가 고생한 건 별로 없고 목이 좀 고생했네요.(웃음)”



근엄함보다 반말을 섞은 일상적인 어투를 사용해 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것 또한 배우의 자신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송강호는 “관객들이 ‘왕의 말투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할 법한 대사들은 실제로 다 사료에 나와 있는 것들이에요. 너무 편한 말투라 어색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이게 진짜 역사이고 사실이라면 그 낯섦을 뻔뻔하게 깨는 것도 배우의 역할이겠죠”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아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왕의 모습을 내내 보여줬기에 송강호가 실제 어떤 아버지인지 궁금했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되게 여린 사람이라 아이들을 닦달하거나 하지 않아요. 다만 경상도 사람 특유의 무뚝뚝한 건 있어 표현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영조가 뒤주와 대화를 하듯 저도 아들과 마음속 대화만 하고 있는데 좀 바뀔 필요가 있겠네요.”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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