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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4일] KB금융지주 사태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매년 주당 100원을 벌어들이는 한국과 미국 회사가 있다고 하자. 한국 회사는 주가가 1,000원이고 미국 회사는 1,400원이다. 주식 평가의 대표기준인 주가수익배율(PERㆍ주가÷수익)로 보면 한국은 10배 미국은 14배다. 같은 돈을 벌어줘도 투자가들에게 차별대우를 받는 것이다.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이유는 여럿 있다. 북한과의 대치상황, 원화의 불안정성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외국인 펀드매니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우리 기업의'거버넌스(기업지배구조)' 리스크다. 한국을 찾은 피델리티 금융주 펀드매니저는 기자들과 만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장기 투자할 기업을 선택할 때 경영진의 이익과 회사(주주)의 이익이 일치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특히 멀리 있는 외국 기업일수록 밤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을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와 이를 제대로 견제할 이사진 등 적절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최근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한편의 정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와 친인척 관계로 금융공기업의 현직 사장이자 전직 경제관료가 KB지주 회장에 응모했다가 돌연 사퇴했다. 그러면서 사외이사들이 현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사기업 회장 선임방식을 공기업식으로 바꾸자고 맹공을 퍼부었다. 정부 쪽에서는 현 경영진에 대한 불편한 심기와 함께 회장 선임을 미뤘으면 하는 의중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전임 황 회장과 내내 불협화음을 내며 집권을 노려온 현 경영진이 무사히 소임을 마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영기 전 회장부터 시작된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사퇴과정은 거버넌스 리스크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KB는 한국의 리딩뱅크다. 외국인 지분율은 58.67%, 외국인들은 13조6,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이 회사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브로커는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앞두고 KB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게임에서 진짜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 대한 고려는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가 외국의 펀드매니저라고 치자. 주주와 회사의 이익과는 별개로 CEO 자리를 놓고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기업의, 국가의 주식을 프리미엄을 주고 살까.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억울할 게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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