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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바깥의 친박(親朴) 당선자들의 복당을 요구해 여권 세력구도에 미칠 영향과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 당권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복당 문제에 집중하면서 차기 대권의 발판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 동반자’ 거부= 박 전 대표의 이날 언급은 조건부 불출마 형식을 갖췄지만 속마음은 불출마 선언쪽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친박 복당을 거부하면 전대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출마하지 않겠어요”라고 단호히 답했다가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상황을 보겠다”고 말해, 불출마 쪽에 쏠려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새 정부 집권 초기 당권 도전을 ‘보이콧’하면서 국정 운영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친이(親李) 일부 소장파 그룹이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아 이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를 거부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 진영 일각에서는 “전대에 나설 경우 당선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부담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왜 ‘복당’인가=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리지 않는다면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를 끝까지 걸고 넘어지는 이유가 뭘까. 당 안팎에서는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한다. 당 외부의 친박 당선인이 25명선에 이른다. 이들이 복당할 경우 당내 친박과 합쳐 50명이 넘는 조직력을 확보하게 된다. 박 전 대표가 철저하게 5년 후 차기 대선을 위한 당내 경선의 실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복당에 따른 명분 확보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친이 진영의 ‘잘못된 공천’을 부각시키면서 당내 개혁을 주도할 명분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당 공천이 확정된 뒤 가진 회견에서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공은 당 지도부로= 박 전 대표가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복당 허용과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공식 요구함에 따라 공은 당 지도부로 넘어간 모양새다. 일단 당 지도부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정진섭 당 대표비서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도부가 의견을 모아봐야겠지만 박 전 대표에게 특별히 답을 드려야 할 만한 내용이 있나 싶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여러 차례 복당 문제를 논의한 데다 전당대회 문제 때문에 복당을 허용치 않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 대표도 “지금은 특별히 더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경우 여론의 향배에 따라 강 대표 등 지도부의 ‘원칙’도 가변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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