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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인물화 읽는 즐거움

[화제의 책] 역사와 사상이 담긴 조선시대 인물화 (안휘준ㆍ민길홍 엮음)


고려대 박물관이 소장한 '평양성탈환도'는 3m가 넘는 10폭 병풍 그림으로 1593년 임진왜란 당시 왜적으로부터 평양성을 되찾은 전쟁 장면을 담고 있다. 구성과 필력이 빼어난 그림인데, 조선군은 왼쪽 상단의 포졸 5명이 전부일 뿐 명나라 군사 일색이다. 연구자 유재빈씨는 임진왜란 이후 중국에서 전래된 '삼국지연의' 등 당시 소설과 삽화, 판화 등을 일일이 비교해 가며 중국 인물화와 궁정화풍이 조선 역사화의 재창조에 기여했다고 풀이했다. 또한 정치ㆍ실용적 목적이 강한 전쟁기록화로서 명나라 군사의 강조는 명의 공로를 과장한 '존명의식'이 깔려있고 배후에는 왕권강화를 위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반면 같은 곳에 소장된 '북관유적도첩'은 장수들의 이야기라는 유사한 주제를 다뤘지만 영웅의 뒷얘기, 군인의 전투자세가 세밀하게 강조돼 싸움장면이 생생하다. 이 예외적인 그림은 사실(史實)을 넘어 볼거리를 강조한 경향이 나타난다(연구자 조행리). 앞의 '평양성탈환도'가 정치적 의도가 가미된 다큐멘터리형 전쟁영화라면 이 '북관유적도첩'은 볼거리가 풍성한 블록버스터형 전쟁영화인 셈이다. 조선시대 인물화를 통해 역사와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 책은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가 2003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대학원 한국미술사 연구 세미나의 결과인 28편의 논문을 엮은 것. 서양에서는 인물화가 회화의 주축을 이룬 것과 달리 동양에는 산수화가 중심에 있어 인물화를 비롯한 다른 분야의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한국회화사의 거성인 안 교수가 꿰뚫었다. 금실 좋은 부부의 표상으로 후대의 귀감이 돼 꾸준히 모사작이 그려진 조선조 문신인 하연(1376~1453)과 부인 성주 이씨(1380~1465)의 '부부초상화', 고승처럼 묘사된 조선 후기 선비 이의경(1704~1778)의 초상화 등 총 28편의 논문에 컬러 도판 458장이 수록됐다. 그림 하나를 분석하기 위해 수백권의 책을 뒤지며 흘린 연구자들의 땀이 독자에게 '그림 읽는'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5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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