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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8월 6일] 공공기관 평가의 허와 실

이미영(건국대 교수·경영정보학)

상반기 공공 부문의 큰 이슈였던 공공기관 평가의 후속조치가 마무리되는 듯하다.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미흡'을 받았던 기관장 4명은 옷을 벗었고 두 번 누적이면 역시 옷을 벗어야 하는 '경고' 판정을 받은 기관장 17명은 내년 평가준비에 벌써부터 분주하다. 성과낼수 있게 자율성도 줘야
현재의 공공기관 평가는 지난 1983년 시행된 공기업 경영실적평가제도에 기원을 두고 있다. 경영목표의 달성 정도와 기관경영의 능률성 평가(공공기관운영법 제48조)를 골자로 한 현재의 공공기관평가제도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을 정부가 나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상징적 의미가 컸다. 그래서 평가 결과에 기관의 평판이 좌우되고 직원과 기관장의 인센티브가 조정되는 등 대내외적 조치가 있기는 했지만 평가 때문에 기관장이 옷을 벗거나 구성원의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진퇴 여부가 바로 결정될 정도다. 정권창출에 기여한 공신이라면 모를까 웬만한 ‘백’이 없는 ‘평범한’ 기관장들은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은 물론이고 개개 사안에 대한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배길 장사가 없을 듯하다. 기관장의 애로사항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원을 축소하라는 불호령이 있었으니 경영혁신을 주도할 참신한 인재를 밖에서 영입할 방법이 없다. 정부 방침을 이행하려면 직원들이 그간 누려온 각종 혜택과 인센티브에 메스를 대야 하는데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으니 추진이 쉽지 않다. 성과도 혼자 열심히 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업무에 매진해야 하고 경제상황 등 객관적 여건도 좋아야 하는데 이게 그리 녹록하지 않다. 거기다가 연봉까지 삭감되고 업무추진비를 잘못 쓰다가는 경을 치게 된다. 언뜻 보기에 사면초가다. 하지만 이런 모든 상황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는 변명은 없었으면 한다. 애초에 그런 것이 마땅치 않았으면 아예 공모에 응하지 말았어야 했다. 일단 임명됐으면 임명권자와 국민을 향한 기관장의 의무와 도리에 충실해야 한다. 공공기관장의 성과를 채근하는 정부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 많다. 우선 기관장의 경영 자율성을 대폭 인정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개개 사안마다 간섭하고 지시하는 스타일로 공공기관을 다루면서 어떻게 창의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특히 인사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원 등 주요 보직의 승진인사 등에 기관장의 의견을 대폭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관장이 직원들을 장악해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진하게 할 수 있다. 각종 인사에 정부, 특히 청와대의 입김이 강해질수록 임직원들은 경영목표 달성보다 정부 요로에 선을 대는 데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끝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그 결과에 따른 조치의 공정성 문제다.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평가지표ㆍ기준이 적정하지 않고 기관 간 형평도 맞지 않는다는 미시적 문제에서 평가자료 조작, 정성평가의 자의성, 평가단에 대한 로비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 공정성 갖춘 평가시스템 절실
이 같은 문제 제기를 모두 반영해 최적의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어찌됐든 모든 기관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평가 결과가 미운 털 박힌 ‘힘없는 사람’을 솎아내는 데 쓰인다면 그런 평가는 하나마나 한 것보다 더 나쁜,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악한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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