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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트라우마
입력2011-09-30 18:03:51
수정
2011.09.30 18:03:51
외환위기·카드대란 등 쓰라린 경험 <br>'오럴 리스크' 일부 비판에도 외화유동성·카드문제 발언수위 높여
지난 7월 하순,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외화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 올해는 외환건전성 문제를 1번으로 하겠다"면서 금융권의 외화유동성 확보 문제를 들고나왔다. 은행장들은 물론 시장은 난데없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 금융시장이 지금처럼 위기 국면이 아니었고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의 발언이 위기를 도리어 부채질한다는 말이 나왔다. 심지어 '김 위원장의 오럴 리스크'라는 말까지 등장했고 일부에서는 "대책반장 김석동의 감각이 떨어졌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이쯤 되면 중단할 만한데도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는 더욱 올라갔다. 그는 8월 초 긴급 간부회의를 갖고 "물가가 올라도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화유동성 문제는 (잘못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세 번이나 은행에 속았다"는 말까지 꺼냈다.
김 위원장이 욕을 먹으면서까지 이처럼 과도한 언사를 했던 것에 대해 금융위의 핵심관계자는 30일 '김석동 트라우마(傷痕)'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사실 위기의 한복판에 서왔다. 옛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 시절에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고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을 맡았던 2003년에는 카드대란,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냈던 2007년에는 부동산 광풍을 맛보았다. 특히 IMF 사태와 카드 대란은 그가 '위기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누구보다 깊숙이 공부하도록 만들었다.
당장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금융회사의 외화유동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는 8월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제 금융위기 상황이 오래갈 것"이라면서 위기감을 드러낸 데 이어 과도할 정도로, 그리고 누구보다 빨리 은행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시했다. 이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차입 문제를 거론했고 29일에는 국내은행 해외 현지법인의 부채 문제를 꺼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외화 문제가 터질 경우 해외 현지법인과 외은 지점이 될 것임을 과거의 사례를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했던 은행장과 기업은 최근에는 국제 시장에서 차입을 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카드 대책도 비슷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석 달 동안 유독 카드사의 규제를 강화해왔다.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기 전에 카드 규제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 카드 부분에서 또 다른 혼란이 생길 수 있음을 과거 LG카드의 사태에서 배운 것이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시장이 그의 이런 생각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듯했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축은행부터 가계부채ㆍ카드ㆍ외화유동성 대책까지 취임 초인 1월에 모두 플랜으로 만들어놓았던 것"이라며 일련의 정책 스케줄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여전히 그의 시각에 과거의 잣대에 묶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안정기금 마련 구상이나 은행의 가계 대출 중단 사태에서 벌어진 혼선 등은 김 위원장이 지금의 달라진 시장 환경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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