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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전 무조건 반대는 안된다


일본 도쿄의 신주쿠 거리, 그곳은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이 활보하는 활기 넘치는 패션의 명소다. 그러나 2011년 3월15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며칠 뒤 그곳은 '계획정전'으로 어둠과 정적이 감도는 흉흉한 거리로 돌변했다. 예기치 않았던 재난인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에 수소 폭발이 일어나면서 전력공급이 줄어들자 별 수 없이 계획정전을 하게 된 것이다. 전기 공급이 끊기자 현란한 불빛이 한밤중까지 꺼지지 않던 곳이 어둠에 휩싸였고 북적이는 인파는 사라졌다. 전기 없는 도쿄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어둠 속에서 두렵고 무서운 곳이 돼버린 것이다. 무기한 가동중지된 고리1호기 시원한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먹는 것도, TV를 볼 수도, 컴퓨터도 되지 않는 세상은 얼마나 불편한가. 잊은 채 지내지만 우리는 전기로 인해 너무나 큰 생활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지금 당장 전기 없이 살라고 한다면 그 후를 상상해보라. 이번 일본 원전 사고 불똥은 곧바로 우리 원자력발전소에 튀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1호기가 30년 가동 후 계속 운전을 한 노형이라는 점에서 국내 유일 수명연장 원전인 고리1호기의 안전성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사실 고리1호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철저한 점검을 거쳐 안전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아 지난 2008년 지역 주민들의 합의를 통해 민주적 절차로 재가동했다. 더욱이 운영 실적도 매우 우수해 고리1호기는 연료 장전 후 다음 연료 장전까지 단 한 번도 고장이 없는 '한 주기 무 고장 안전운전(OCTF)'을 2006년 이후 5차례나 연속으로 달성했다. 1978년 국내 최초로 원자력으로 불을 밝힌 뒤 지난 30여년을 원전 역사와 오롯이 함께해온 고리1호기는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역사에 묻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현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나. 일본 원전 사고가 난지 한 달 뒤인 4월12일 고리1호기는 차단기 손상에 따른 오작동으로 원자로가 자동 정지됐다. 물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원전 안전 운영에 영향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철저한 점검을 통해 고리1호기를 재가동하고자 했다. 원전 운영상 큰 사고가 아니었기 때문에 원전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통상적으로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때가 때인 만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언론에서는 고리1호기를 후쿠시마 원전1호기와 오버랩 시키기 시작했다. 고리1호기와 후쿠시마 원전1호기는 비교가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결국 4월20일 고리1호기는 무기한 가동 중지됐다. 정부와 합동으로 철저한 점검을 거쳐 국민의 의구심을 풀겠다는 뜻이다. 원전 전문가들이 고리1호기가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결정이었을 것이다. 고리1호기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속 시원하게 밝혀서 국민이 이해하고 여론이 긍정적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이해와 지지는 원전산업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리1호기 가동 중단으로 하루 손실은 5억2,000만원에 달한다. 연간으로 치면 1,900여억원이다. 요즘은 전력 비수기여서 전력 수급에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재가동 시기가 아주 늦어지면 큰일이다. 전문가 견해 신뢰하고 따라야 지금까지 우리는 원자력발전으로 인해 편리한 삶에 길들여 있다.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무조건적인 원전 반대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고치지 않는다면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난 30여년 동안 원자력발전이 양질의 전력을 저렴하고 풍부하게 공급함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기여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은 전문가의 견해를 신뢰하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나가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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