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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그린병원 만들기 첫걸음

박현구 한국지멘스헬스케어 대표


환경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범국가적인 이슈 중 하나다. 특히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생태계 질서는 엄청난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왔다.

하지만 산업 발전과 환경 파괴는 불가분의 관계로 오랜 시간 환경에 대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온 것이 사실이다. 이미 약 45년 전 국제적인 미래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은 "현재의 추세대로 인구증가·자원고갈·자연훼손이 지속될 경우 2100년께는 성장이 멈출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에너지 소비량 상업용의 2배 달해

100년도 남지 않은 가까운 미래를 위해 산업계가 택한 길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어떻게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산업을 잘 발전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는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도 필수적이지만 기업들의 참여와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함을 뜻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변화가 필요한 대표적인 곳이 병원이다. 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공간인 만큼 24시간 전력 사용과 각종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넘쳐나는 환자를 치료하느라 자원과 시간이 부족해 병원이 친환경적으로 개선 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최근 이 분야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수년 전부터 친환경을 병원의 지속 가능 경영과 연계해 접근하는 '그린병원(green hospital)'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린병원은 사회적 책임의 일환인 친환경적 접근과 더불어 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 그리고 효율적인 공간 운영을 유기적으로 기획하는 경영 솔루션을 뜻한다.

그린병원이 추구하는 친환경 요소는 단순한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자원, 자원의 올바른 사용을 통해 더 좋은 의료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 내 냉난방 및 의료기기의 에너지 사용량 절감, 친환경 자원과 시설의 사용, 오염 배출량 절감, 의료 폐기물의 절감 등을 모두 포함한다.



종합병원의 경우 24시간 에너지 가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반 상업용 건물에 비해 2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 소비에 대한 대책으로 단순히 절약만을 목표로 두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이 열 회수 시스템을 설치해 연간 3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 것이 친환경 요소를 적절히 접목한 모범사례다.

그린병원의 두 번째 요소인 효율성은 의료진과 환자의 최적화된 업무동선, 전략적인 시간 및 자원의 배분을 통해 달성 가능하다. 기존 병상이 차지하는 비효율적인 공간과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단축해 진료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진료시간이 단축되면 이에 따른 에너지와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은 빠르고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그 혜택은 환자·의사·병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친환경·고효율 시스템 도입해야

환경과 경영효율을 고려한 그린병원의 마지막 요소는 품질이다. 친환경적 병원 운영에 있어 품질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책임을 다할 뿐만 아니라 환자진료의 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환자를 고려한 병원 환경조성, 편리하고 건강한 의료 프로세스, 맞춤형 의료서비스 등 환자의 안전과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개선은 환자의 재원 일수와 회복기간 단축뿐 아니라 투약 오류 감소, 통증 감소, 의료진의 환자 관리 활동 증가 등으로 나타나 병원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그린병원으로의 변화는 환경적 요소뿐 아니라 효율과 품질을 고려했을 때 병원의 경쟁력과 미래 의료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스템 도입이 가능한 인프라가 확립돼 있다. 많은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편익을 체감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환경 문제는 어느 특정 분야에 국한된 사회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모든 활동, 모든 곳에서 고려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다. 지구의 건강을 위해 앞으로 많은 병원들이 환자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국가와 인류가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생의 변화를 실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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