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복제된 듯하지만 그 과정 자체에서 생기는 독자적인 미적 가치를 발산하는 판화.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삼청동 갤러리 영은 18~24일 젊은 판화 작가 이준걸(사진)의 기획 초대전을 준비했다. 어두운 화면에 흐리게 보이는 인물상은 언뜻 인상주의적 기법으로 보이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이번 전시회 명 역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이준걸 판화전'이다. 중국 왕칭 출신의 이 작가는 자신이 자란 환경, 중국과 많은 연관이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작품 속 인물들은 집중된 부모의 관심과 혜택 속에 이기에 길들여진 중국의 소황제(중국 정부의 '한 가정 한 자녀 낳기' 정책의 1세대)로 작품을 통해 이들이 사회 속에서 주고받는 상처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작가는 흔히 표현되는 거대한 중국의 경제와 문화, 그리고 차이나 드림의 환상, 그 큰 덩치 속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무한히 찍어낸다. 그래서 어둠 속에 선명하지는 않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 그의 작품 속 피사체의 형태와 인물의 눈빛은 관객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홍익대에서 판화과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과 중국ㆍ일본을 오가며 작품을 통해 활발하게 관객들과 만나왔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현대인이 간과한 사실들을 작품이라는 언어적 수단을 통해 말을 걸어오는 작가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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