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가 단기대학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가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해 130개교의 전문대 중 84개교를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육성한다고 한다. 환영할 일이지만 국민 혈세가 투입될 특성화사업이 '실상은 특성화 장애물'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많이 우려된다. 그동안 전문대는 압축성장의 동력으로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고등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지지는 못했다.
전문대는 5년제 고등전문학교로 출발해 개방대·산업대 등 근 반세기 동안 변화를 거듭해 오늘의 전문대학과 심화과정에까지 이르렀다. 한때 '일+학습'을 병행을 위해 개방대와 산업대도 설립됐지만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일반대학이 돼버렸다. 전문대 심화과정은 전문학사 과정을 마친 후 일정 기간 실무에 종사한 자가 전공에 따라 1~2년의 심화과정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제도다. 따라서 명장(名匠)과 같은 최고의 숙련기술인 육성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실무경험 없이 심화과정입학이 허용되면서 4년제 대학으로 만들었다는 논란도 불러왔다.
최고의 숙련기술인은 교육기관의 역할만으로 육성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숙련기술인 육성을 위한 명분을 내세운 전문대의 대학원과정 설립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급한 것은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기관의 보편적 이상을 실현할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그동안은 집중적으로 단기대학의 존재가치와 직업교육의 강점을 키우기보다는 학벌 만능주의에 편승한 현상변화만을 추구해 스스로가 본질을 간과해버린 것이다. 4년제 대학 때문에 전문대 발전의 걸림돌이 됐다는 것과 전문대 때문에 특성화고가 직업교육의 완성학교가 되지 못했다는 목소리는 교육기관의 정체성 실종을 대변하는 증거다.
전문대의 특성화는 고등직업교육의 정체성 회복과 존재가치의 역량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현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의 무한한 강점을 창출해야 할 고등직업교육의 본질을 유한한 틀에 맞춘 '국가직무능력표준'에 맞춰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공부 못하면 기술이나 배워'라는 교육정서를 타파하고 직업교육은 공부 못하면 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보여줄 성장잠재력을 키울 개혁만이 절실할 뿐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 한 개인이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 직무능력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출해 표준화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된다고 전문대학의 강점이 창출될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일과 스위스의 직업교육이 무한강점을 발휘하는 것은 직업교육, 대우, 전문가 육성 비전으로 이어지는 전문가 육성을 위한 로드맵이 구축돼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능력중심사회의 동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과 연계해 취업률을 80% 이상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능력의 가치를 제대로 대우할 일자리의 질과 전문가 육성 비전은 전문대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더 중요한 핵심동력이다.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의 메카로 육성하는 특성화사업은 능력중심사회를 다지는 초석이다. 하지만 '취지는 좋으나 현실은 제대로 반영 못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결코 교육부가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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